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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되고 싶어… 이웃 학교에 과학실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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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되고 싶어… 이웃 학교에 과학실험 가요”

입력
2016.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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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합형 교육과정 시범실시

인접 고교 2~4개씩 묶어

촬영 등 비정규 과목 나눠 개설

학생이 원하는 수업 찾아 들어

교육과정 인정돼 학생부에도 기록

내신 불이익 우려 없애기가 과제

학교 연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생명과학실험 수업을 개설한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에서 20일 참여 학생들이 현미경으로 양파의 표피세포에서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학교 연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생명과학실험 수업을 개설한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에서 20일 참여 학생들이 현미경으로 양파의 표피세포에서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우와 봤어? 기포 엄청 생긴다”, “지금 보이는 게 확산 현상이지? 성공했네!”

20일 서울 노원구 서라벌고 지하 1층 과학실험실. 정규 수업이 끝나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거나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한 오후 7시30분, 하얀색 가운을 걸친 학생 18명만이 매캐한 양파 냄새로 가득 찬 실험실에 남아 현미경을 들여다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양파 표피세포를 활용한 삼투압 실험이다.

이들 대부분(15명)은 해당 수업을 듣겠다고 일부러 다른 학교까지 찾아 온 인근 4개 학교(불암고 대진고 대진여고 상명고) 학생들이다. 서라벌고는 서울시교육청이 4월 발표한 학교 연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생명과학실험 수업을 개설했다. 2~4개 인접 학교가 정규 수업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교과목을 나눠 개설해 소속 학생들이 학교를 옮겨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노원구를 비롯해 강서구와 구로구 등 3개 권역 11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 중이다.

수업 시간은 오후 6시부터 3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남들 수능 공부에 매진할 저녁 시간을 이만큼 할애해 정규 교과 외 수업을 듣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학생들은 왜 이 곳에 모여 실험에 매진하고 있는 걸까.

간호사를 꿈꾸는 황효정(대진여고 2년)양은 "의료인이 되고 싶은 만큼 생명과학을 다루는 실험을 많이 해보고 싶지만 정규 수업시간엔 이론만 배울 수 있어 아쉬웠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수업에 기대를 잔뜩 품은 이승욱(상명고 2년)군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책을 읽고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가 아니다 보니 관심사를 구체화시킬만한 수업이 적었다"고 했다. 학력 수준이 다양하고 희망 진로가 각각이라 학생들 개별 욕구를 충족하는 수업 개설이 어려웠다는 점이 일반고의 한계였다면, 연합형 교육과정이 그런 고민들의 돌파구를 마련해 준 셈이라는 게 학생들 목소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에 따른 기대도 더했다. 김경서(대진여고 2년)양은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배우고 싶은데 실험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녹이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수연(불암고 2년)양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외부 활동은 기재할 수 없지만 교육 과정 내에서 이뤄진 이번 실험 수업은 적을 수 있다"며 "관련 학과에 지원할 때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고 했다.

정책을 현장에 안착시키려면 해결해야 될 과제도 있다. 지금으로선 학교마다 내신 시험 기간이 달라 부득이하게 결석하는 학생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접 학교끼리 시험 기간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 보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김경서 양은 "학교마다 시험 기간이 다르다 보니 시험 공부에 지장을 감수하고 실험에 참석하거나, 실험 수업을 아예 빠져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소수의 우수 학생이 한 학교에 모일 경우 내신 성적에 불리할 수 있다는 걱정도 불식시켜야 한다. 정상찬 서라벌고 교무기획부장은 "올해는 첫 실시라 석차등급을 따로 내지 않지만 확대 실시되는 내년부터는 석차등급을 산출해 성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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