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도호쿠 대지진 거치며
심리치료·대피훈련 체계 완비
“그래도 재난 양상 계속 진화”
자연재해대국인 일본은 지진 재해와 관련해 초기 대응부터 사후관리까지 촘촘한 연결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재난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피해자 및 유가족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까지 보살피는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다.
일본의 완벽한 시스템은 1995년 고베(神?)대지진 후 급격히 발전됐다. 효고(兵庫)현과 고베시가 재난트라우마센터를 세운 게 계기였다. 지진 후유증은 참전군인들이 겪는 고통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당시의 판단이었다. 실제 2011년 3월 도호쿠(東北)대지진이 휩쓴 이와테(岩手)ㆍ미야기(宮城)ㆍ후쿠시마(福島) 등에선 재해후유증으로 자살한 경우만 150여명이 넘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도호쿠대지진 후 3개 현에만 14곳의 심리치료센터가 설치됐다. 가설주택단지에는 지금까지도 정신치료 전문의 등이 순회하며 고령자 등을 문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구마모토(熊本) 연쇄지진 이후에는 어린이들의 집단적 불안증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시교육위원회가 최근 현내 시립 초ㆍ중학교 137개교 6만1,039명을 조사한 결과,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2,143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여진이 발생할 때마다 잠을 깨 수면이 불규칙해졌다” “작은 소리에도 겁이 난다” “무서운 꿈을 꾼다” “충격적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시당국은 상태가 심각한 학생이 많은 29개교에 긴급 임상심리상담사를 파견했다.
재해지역은 물론이고 일본 전역에는 지진으로 인한 불안을 치료하는 전문 클리닉이 개설돼 있다. 지진 클리닉에서는 도로를 걷다가 큰 트럭이 지나가기만 해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지진증’증상 등이 치료 대상이다.
지진을 대비한 교육과 훈련도 체계적이다. 교육 훈련은 직장이나 학교, 가정과 지역사회 별로 반복적으로 실시된다. 일본 방재당국 관계자는 “어렸을 때부터 훈련받은 대부분의 일본 가정에선 위기시 행동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다”면서 “내진설계가 잘 갖춰진 일본에선 건물의 중ㆍ상층부에 대기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대비 훈련에는 지진을 체험할 수 있는 특수차량도 동원된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과 똑같이 꾸며져 있는 특수차량에 타면 진도 3이상의 실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또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들까지 전국의 200여개 방재센터에서 의무적으로 재난대응훈련을 받아야 한다. ‘매뉴얼사회’답게 지진 대비 훈련을 거듭하지만 재난방재 담당자들은 “매번 양상이 조금씩 진화해 재난대응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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