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단일세율 적용 과세특례
외국인, 연말정산과 둘 중 선택권
소득 높을수록 과세특례 선택
정부, 내년부터 세율 19%로 상향
세금 부담을 줄여줘 외국 인력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겠다면서 도입한 외국인 근로자 과세특례 제도가 별다른 효과는 내지 못한 채 일부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연구원이 내린 결론이다.
20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50만7,567명(과세미달자 제외)의 외국인 근로자 중 과세특례에 따라 세금을 납부한 근로자는 8,147명으로, 전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 과세특례는 국내 사업체에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5년 동안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없이 17%의 단일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한국인 근로자처럼 연말정산을 받거나, 과세특례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데 과세특례를 선택한 사람이 100명 중 2명도 채 안 됐다는 얘기다.
과세특례의 선택 여부는 연봉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연봉이 높을 수록 연말정산보다는 과세특례를 택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봉이 1억원 이하인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전체 1만9,822명 가운데 고작 735명(3.7%)만이 신청을 했다. 반면 ▦1억~2억원 연봉자 57.0%(3,004명) ▦2억~3억원 연봉자 88.8%(2,207명) ▦3억~5억원 연봉자 91.3%(1,590명) ▦5억~10억원 연봉자 89.2%(505명) 등 고액 연봉자들은 대부분 과세특례 적용을 받았다. “현 제도가 외국인 고소득 근로자에게 과도한 지원을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2014년 기준으로 2억~3억원의 연봉을 받는 한국인 근로자의 경우 연말정산 결정세액을 연봉으로 나눈 실효세율은 23.6%로 같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17%)와의 격차가 6.6%포인트에 달한다. 이 차이는 고액 연봉자일수록 벌어져, 5억~10억원(한국인 근로자 실효세율 30.2%) 연봉자는 13.2%포인트,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근로자(33.8%)는 16.8%포인트에 달했다.
이런 쏠림 혜택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분석 결과 이 같은 과세특례가 실제 외국인 고용 인원 증가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매출 등 기업의 영업활동의 결과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금 혜택은 세율이 높은 대신 복지 혜택이 많은 북유럽국가들에서 주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들보다 세율이 크게 낮은 한국의 특성상 제도 유지가 불필요하다는 게 연구원 지적이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조세지원의 규모와 적용대상을 축소하면서 제도의 효과를 올리는 방향으로 개편을 하되, 장기적으로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폐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올해 말로 일몰되는 과세특례제도를 2019년까지 3년간 연장하되 세율을 17%에서 19%로 올리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좀 더 성과를 지켜본 뒤에 제도 존속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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