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84㎡ 아파트에 사는 김석우(35)씨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 내 집 마련을 결심했다. 갈수록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워지는데다 2년 전 직장 상사의 추천으로 가입한 청약통장 덕에 어느 분양 단지에서도 1순위 청약 자격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자신의 청약통장이 별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원하는 단지가 84㎡로 ‘가점제’가 적용돼서다. 김씨는 “인기 중소형 평형은 상당부분 가점으로 당락이 갈리는데, 가점제도가 복잡해 어떻게 해야 점수를 높일 수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열리면서 내 집 마련을 노리는 분양 희망자를 중심으로 청약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 청약 자격 완화로 1순위 청약자만 1,205만133명(7월 현재)에 달해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우선 제도부터 숙지할 필요가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선 반드시 주택 청약통장이 있어야 한다. 청약통장 없이는 공공ㆍ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 순위 내 청약에 신청할 자격(미분양 예외)이 원칙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등으로 세분화 돼 있던 청약통장의 종류를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했다. 이 통장만 있으면 공공ㆍ민간 분양 아파트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특별공급분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청약을 접수할 수 있는 1순위 자격은 수도권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된다. 지방은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가입 후 지역, 평형에 맞춰 예치금을 납입해야 하며 보통 서울에 있는 84㎡를 분양 받으려면 300만원 이상 예치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순위 1,200만명’ 시대에 청약통장만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기란 쉽지 않다. 올해 서울에서만 27개 단지가 분양됐는데 24곳이 1순위로 분양이 마감됐다. 특히 인기가 높은 85㎡ 이하 민영 아파트는 일반분양 전체 가구수의 40%를 가점제로, 나머지 60%를 추첨제로 공급(85㎡ 초과는 100% 추첨제)하기 때문에 가점이 높은 1순위 청약자의 당첨확률이 그 만큼 높아진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택지지구(그린벨트 해제면적이 50% 이상인 지역) 내 물량 역시 85㎡ 이하는 100% 가점제를, 85㎡ 초과도 절반은 가점제를 적용한다.
때문에 85㎡ 이하 평형을 분양 받으려는 청약자는 자신의 가점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가점제는 총 84점 만점으로 부양 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으로 구성된다.
부양 가족 수는 자신을 뺀 나머지 가족수를 의미한다. 부양 가족 1명당 5점씩 늘어나므로 만점을 받으려면 6명을 넘겨야 한다. 양가 부모를 부양 가족에 포함시키려면 3년 이상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무주택 기간은 결혼 여부에 따라 산정 방법이 달라진다. 미혼이면 만 30세가 되는 날부터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일까지가 무주택 기간으로 산정된다. 기혼자는 혼인 신고일부터 무주택 기간으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매년 2점(최초 2점부터 시작)이 더해지기 때문에 15년을 가입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가점은 매년 1점(통장 6개월 유지시 2점부터 시작)씩 주어져 무주택기간처럼 15년을 넘겨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가점 조건이 까다로워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하는 인기단지라도 가점 최고점이 보통 60~70점대에 그친다”며 “자신의 조건이 가점에 불리하다면 평형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유했다.
청약제도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중복 청약이다. 접수일이 같아도 당첨자 발표일만 다르면 복수 청약이 가능하다. 이 경우 당첨자 발표일이 빠른 단지에서 먼저 당첨이 되면 다른 단지들은 자동 소멸된다. 만일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중복 청약을 한다면 모두 무효 처리된다.
또 청약에 당첨됐으나 동, 호수 등이 만족스럽지 않아 계약을 포기한다면 해당 통장은 재사용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행 가입자는 국민은행 홈페이지, 그 외 은행 가입자는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서 청약 자격과 순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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