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국들이 극단주의와 맞서는 데 한계를 드러냈음을 인정하면서도 “군사가 아닌 외교적 해법으로 세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평등과 정치에 대한 불신을 막기 위해 일방적 세계화에서 벗어나는 ‘궤도의 수정’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동과 기타 지역에서 발생한 극단주의ㆍ분열주의 노선의 유행을 쉽게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그는 “다른 종교, 다른 인종 공동체가 하나의 사회 내에서 오래도록 공존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며 “공존이라는 가치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적 노력에 대해 신뢰를 잃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권기에 미얀마ㆍ쿠바와의 관계를 개선한 것과 기후변화협약에 진전이 있었던 것을 대표적인 성과로 거론했다. 최근 유엔 구호 수송대를 향한 폭격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여파로 러시아에 대해서는 “힘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는 비판을 가했지만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외교는 끝나지 않았다”며 희망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그는 아울러 고립주의를 비판하고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세계 책임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해 “벽을 치는 것만으로 우리의 사회가 극단주의에 물들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테러집단의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면서 범죄자가 아닌 이민자와 무슬림이 백안시당하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단주의 확산의 근본 원인으로 불평등과 정치불신을 지목했다. 그는 “신기술과 정치경제적 상호의존으로 우리 세대는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번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깊은 단층선이 드러났으며 불안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역효과도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 문제와 정치제도 붕괴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심해지면서 극단주의ㆍ분열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며 해법으로 세계 지도자들이 일방적 세계화와 통합의 길에서 벗어나는 ‘궤도 수정’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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