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알루미늄괴 등 5년 간 교역
美 법무부가 검사 파견해 알리자
中 공안, 중대 경제범죄 혐의 조사
‘세컨더리 보이콧’ 첫 적용 가능성
향후 대북제재 양국 협력 바로미터
“中의 꼬리 자르기” 상반된 시각도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핵개발 프로그램 관련 물자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중견기업에 대해 공동조치에 나서면서 양국의 대북제재 공조 강화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미사일ㆍ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원자재들을 북한에 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동북지역 중견기업 훙샹(鴻祥)그룹을 겨냥해 미국과 중국이 공동조치에 나섰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기업은 중국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경제범죄와 비리 혐의로 조사 및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곧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소식통들에 따르면 실제 랴오닝(遼寧)성 공안당국은 훙샹그룹의 자회사인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에 대해 중대한 경제범죄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고, 그룹총수인 마샤오훙(馬曉紅) 총재와 그의 친인척 및 동업자가 보유한 자산 일부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011년부터 5년간 1억7,100만달러(약 1,913억원) 상당의 고순도 알루미늄괴를 비롯한 미사일ㆍ핵무기 원재료를 북한에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중 양국의 공조체제는 외견상 미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을 두 차례 방문해 마 총재와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의 범죄행위를 알리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번 공조가 어떤 차원에서 이뤄졌느냐에 따라 향후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양국의 협력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제기한 ‘북핵 중국 책임론’을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간 의혹과 소문으로 나돌던 중국 기업의 대북 지원을 중국 정부가 순순히 인정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공조를 두고 한편에선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편에선 중국 측의 ‘꼬리 자르기’로 보는 등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독자제재는 아니지만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자금줄을 봉쇄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ㆍ금융기관을 제재한다는 큰 원칙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가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의 처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할 경우 상당수 중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국제사회 내 중국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이번 공조가 미국의 요청 형식을 띄었지만 이를 대북공조 강화로 보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 논의를 앞두고 양측이 절충점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의 대북 지원이 사실상 확인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제재 확대에 대해 제한적인 협조를 약속하고 미국은 이번 사안을 세컨더리 보이콧 전면화로 끌고 가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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