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별 것 아니다. 안경점에서 흔히 경험한다. 졸보기 압축렌즈에 안경테를 구입하면 20만원쯤 된다. 주인과 협상을 하면 15만원쯤에 해결이 된다. 다만 반드시 현금을 줘야 한다. 성형외과가 압권이라고들 한다. 미국 같은 나라에도 흔하다. 미국 내 한국 음식점 주방장에는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가 많다. 김치찌개도 이들이 만든다. 한국인 고용주 등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불법 이민자에게 지급하며 값싸게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 지하경제 규모는 파악이 쉽지 않다. 조사마다 편차도 크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체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다.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절대규모는 조금씩 줄 것이다. 가장 최근의 자료는 김종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가 재정정책논집 최근호에 실은 ‘조세의 회피 유인이 경제성장과 조세의 누진성,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조세회피 규모는 3.7%에 달했다.
▦ 그러니까 우리 경제 생산의 최소 10분의 1이 지하경제다. 2014년 기준 지하경제는 161조원이다. 조세회피 규모는 55조원이다. 지하경제를 차단하면 경제성장이 연 1% 이상 올라 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복지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로부터 5년 간 27조원을 세금으로 걷겠다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표방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경제로부터 얼마나 세금을 거둬 들였는지는 의문이다.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낼 실효적 방법으로 흔히 ‘화폐개혁’이 거론되지만 인화성이 크다.
▦ 지하경제를 줄이자는 데 이견이 없다. 현금거래와 차명거래를 통한 탈세, 고질적 조세포탈, 대기업, 자산가, 고소득자영업자 등의 은닉재산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장한 ‘현금 없는 경제’가 대안일 수 있다. 조폐공사가 불필요해진다. 그래서 ‘조폐보안공사’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화폐의 종말’ (The Curse of Cash)에 눈길이 간다. 이래저래 5만원 권의 설 자리는 좁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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