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20일 신형 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해 대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용되는 장거리 로켓의 엔진 추력을 대폭 높였다는 뜻이어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엔진 시험을 바탕으로 조만간 위성 로켓을 빙자한 ICBM 시험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에서 대성공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서해 위성 발사장을 찾아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실험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험 성과에 토대해 위성발사 준비를 다그쳐 끝냄으로써 적들의 비열한 제재 압살 책동으로 허리띠를 조여매면서도 변심없이 우리 당만을 믿고 당을 따라 굿굿이 살며 투쟁하는 우리 인민들에게 보다 큰 승전 소식을 안겨주자”고 말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한달 여 만인 2월 7일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미사일(광명성호) 발사를 감행했다. 우리 군 당국은 노동당 창건일인 내달 10일 전후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5차 핵실험에서 핵폭발 위력을 높인 데 이어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까지 과시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엔진 분출 실험 장면을 보면 북한의 주장대로 로켓 성능이 대폭 향상됐을 가능성은 크다. 북한은 신형 엔진의 출력이 80tf(톤포스)이며, 연소 시간은 200초라고 주장했다. 80톤의 무게를 200초 동안 들어올릴 수 있는 추력의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는 추진력 27tf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은 클러스터 엔진을 추진체로 사용했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1만2,000km로 추정됐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월에 비해 엔진 출력이 3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워싱턴 등 미국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엔진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실험 사진에서 엔진 분출구의 직경은 90cm 가량으로 지난 2월에 사용된 노동미사일 엔진(60cm) 보다 1.5배 정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엔진에서 분출되는 화염도 지난 4월 실시된 엔진 실험에 비해 더 길게 뻗어 있어 엔진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 엔진을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출력이 커진 엔진 시험을 한 것은 맞지만 시험이 성공했는지, 또 이 엔진을 4개로 묶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ICBM 완성의 핵심 단계인 대기권재진입기술을 확보한 증거도 아직 없다. 군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엔진 출력을 향상시켰다 하더라도 ICBM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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