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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임시정부 떠받친 건 미주 한인들이 낸 독립운동자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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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임시정부 떠받친 건 미주 한인들이 낸 독립운동자금이었다”

입력
2016.09.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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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용 한인역사박물관장은 20일 서울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미국 땅에 잠든 독립운동 1세대들을 대전현충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민병용 한인역사박물관장은 20일 서울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미국 땅에 잠든 독립운동 1세대들을 대전현충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그렇게 유명한 프로그램인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 ‘무한도전’에 나온 사람이라고 알아보데요. 허허허.”

민병용(74) 한인역사박물관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난달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MBC 무한도전의 도산 안창호 특집 이야기를 꺼내며 웃었다. 도산의 막내 아들 랄프 안과 함께 등장했던 민 관장은 도산이 만든 ‘대한인 국민회’ 등 미주지역 독립운동사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이 때문에 도산 집안과도 친분이 깊어 안내 삼아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는 민 관장이 한국을 찾은 건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릴 ‘애국지사의 꿈’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1974년 그가 미주한국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시작한, 미주지역 한인 독립운동사를 총정리한 책이다. 민 관장은 “내가 죽을 때 관에 넣어 갈 책”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1970년대는 1903년부터 미국에 들어온 하와이 노동 이민자들이 80대 안팎인 시점이라 이들의 증언을 들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미국 내 독립운동 활동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민 관장은 “직간접적인 인종차별과 혹독한 노동조건 속에서도 수입의 10~20%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놨고 이 돈이 중국으로 건너가 김구의 임시정부 활동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식 문화에 익숙해진 2세대들은 고생스러운 독립운동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또 조국에서는 ‘어쨌든 미국에서 돈 많이 벌지 않았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이대로 두면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는 그냥 증발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독립운동에 간여했던 사람들과 자료를 찾아 주말이면 개인 출장을 다녔다. 민 관장은 “한 때는 한인들 장례식장을 다 찾아 다니기도 했고, 몇몇 분들의 경우 증언과 자료를 설득하고 기다리는 데만도 5, 6년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30년 넘게 모은 자료다.

책에는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 같은 유명인도 있지만 민 관장은 그간 덜 알려진 인물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강명화씨 가족을 한 예로 들었다. 그는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널리 알려진 반면, 한 집안에서 6명이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강씨 집안 얘기는 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집안 얘기는 이 책이 처음으로 소상히 밝혔다”고 말했다. 2019년 3ㆍ1절 100주년 때는 영문판으로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한인 자료=민병용’이라는 소문이 나서 지금은 예전만큼 고생하진 않는다고 한다. 한국이 발전해 이민 3세대도 할어버지 세대의 공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민 관장은 야심 차다. “지금까지 미주지역 독립유공자는 215명인데 이를 400명까지 끌어올리겠다.” 또 미국 땅에 잠든 1세대들을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기는 일도 구상 중이다. “제가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앞으로 4, 5년은 노 프라블럼(No Problem)!”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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