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소환조사
롯데 오너 일가 전원 재판에 넘겨질 듯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61) 회장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2,000억원대의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 총수가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은 1967년 그룹 창립 이래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이날 신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출석 예정시간보다 10여분 이른 오전 9시19분쯤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한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심경을 짧게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해외 인수ㆍ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을 내부거래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그룹의 각 계열사들에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부실기업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롯데케미칼의 원료수입 과정에서의 계열사 끼워넣기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은 채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년 100억원대 급여를 챙긴 부분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또 롯데건설이 최근 10년간 조성한 300억원대의 비자금과 관련해 그가 직ㆍ간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 수사는 신 회장 소환과 함께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신 회장은 물론, 3,000억원대 탈세 등 혐의를 받는 신격호(94) 총괄회장과 400억원대 횡령 혐의의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 전원을 기소할 방침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은 이미 8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와 딸인 신유미(33)씨에 대해선 강제입국 절차가 진행 중이며, 소환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조사내용을 검토한 뒤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