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강경론 약화 신중론 무게
‘전략적 모호성’ 유지 기류 커져
국민의당은 호남서 찬성론 늘자
“中 대북제재 동참 협상카드로”
당론 수정 출구전략 마련 부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 강경론이 약화되고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고, 국민의당도 사드를 반대하는 당론의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 갈수록 안보상황이 악화하면서 야권이 사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더민주는 사드에 대한 당론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8ㆍ27 전당대회 당시 추미애 당 대표가 강경파의 입장을 받아들여 이른 시간 내 사드 반대 당론 결정을 공언했지만, 한 달 가까이 내부 논의만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추 대표는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사드 문제 해법에 대해 장시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결과론적으로 ‘현 상황에선 김 전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이 맞았던 것 아니냐’는 당내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며 “지도부도 사드 부지 재선정 작업 등이 진행되는 만큼 현 기조를 유지하며 시간을 좀 더 가지자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더민주는 19일에도 “당내 군사ㆍ안보 싱크탱크인 국방안보센터가 최근 ‘사드 반대 신중 필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지도부에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난 달 민주정책연구원 주최의 사드 토론회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의견을 요약한 것”이라고 해명했을 뿐, 당론 결정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 반대를 이미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추석 연휴 기간 당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입장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선(先) 명분 확보, 후(後) 당론 수정’ 방식의 출구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당내 기류 변화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주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경기 판교테크노벨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협상 카드는 사드”라며 “‘중국이 대북 제재에 응한다면 우리도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를 협상 카드로 활용토록 제안하면서, 조건부 배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국민의당의 한 현역 의원은 “안 전 공동대표의 발언처럼, 북핵 실험 이후 변화한 상황 등을 당론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의원총회를 통해 철회가 아닌 당론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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