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에 대한 대중 기대 크고
한반도 긴장 상황은 기회 요인
혹독한 검증 겪었던 적 없고
‘친박 주자’ 발목 잡힐 가능성도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 의사를 밝혀 차기 대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본인은 정작 대선의 ‘대’ 자도 꺼낸 일이 없는데” 그의 지지율은 여야를 통틀어 확고한 1위를 달린다. 그러나 반 총장의 인기에 대해선 ‘태풍의 눈’이란 기대감과 ‘거품’이라는 의문이 혼재한다.
대선주자로서 반 총장이 지닌 최대 강점은 역시 높은 인지도다. 과거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여권의 한 선거전략가는 “20%를 훨씬 웃도는 지지율은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유리한 요소”라며 “압도적인 지지율을 가진 주자에게로 당내 조직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지지율엔 정치판에 발을 디딘 적이 없는 반 총장을 향한 대중의 기대효과가 한몫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반 총장에게 반사이익을 안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여권에는 반 총장을 제외하면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주자들은 2~6%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다 주류 친박계가 그를 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 총장을 돕는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한반도 긴장 상황도 ‘세계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 총장을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북핵 대응과 이에 따른 남북문제가 중요해지고 있고 이는 내년 대선에서도 화두가 될 것”이라며 “외교전문가 브랜드를 가진 반 총장에겐 기회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여야를 막론한 거물 정치인들의 멘토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직업 외교관은 본국과 주재국 사이의 가교 역할이 업무라 평생을 ‘제3자 의식’을 갖고 말하고 행동해온 이들”이라며 “자칫 현실 정치에서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혹독한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김 교수는 “다른 주자들은 여러 정치적 고비를 겪으며 내구력도 생기고 항생제도 맞았지만, 반 총장은 ‘무균질 상태’라는 약점이 있다”며 “한 번에 (인기가) 훅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을 따라다니는 ‘충청대망론’, ‘친박 주자’라는 꼬리표도 그에겐 굴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센터장은 “대선에서 중요한 중도층을 잡을 표의 확장성을 오히려 제약하는 위협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