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인 부부가 헤어져 재산을 나눌 때에도 법률혼 부부가 이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득세를 깎아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부부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재산분할 시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모씨가 광명시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사실혼 부부의 재산분할에는 취득세 특례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부부 생활공동체로 인정된다면 혼인신고의 유무와 상관없이 재산분할에 관해 단일한 법리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세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혼인신고의 유무에 따라 다르게 과세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세관청이 사실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객관적 자료에 의해 부부관계를 증명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률혼 이혼 시 재산분할과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1984년 결혼한 김씨 부부는 2002년 이혼한 뒤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살다가 2011년 사실혼 관계마저 정리하며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김씨는 2013년 12월 재산분할 합의서에 따라 아내 명의로 된 시가 29억8,820여만원의 공장건물과 부지를 넘겨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고, 이에 대해 세율 3.5%를 적용해 취득세 1억459만원을 냈다. 김씨는 이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므로 1.5%의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깎아달라”며 이의신청과 경정청구를 냈지만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지방세법은 부동산을 무상 취득한 경우 3.5%를, 이혼으로 재산을 나눈 경우 1.5%의 특례세율을 적용한다.
1ㆍ2심은 “지방세법의 특례세율 규정은 법률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사실혼에도 특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법률혼과 사실혼을 통틀어 약 27년 동안의 부부관계가 해소됨에 따라 그 동안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재산분할이므로 특례세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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