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20억 등 재산피해 106억
비오면 작업 못해 겨울까지 빠듯
전문인력ㆍ장비 최대한 동원해야
일부 주민, 멀미 등 후유증 호소
숙박업소 예약 60% 이상 취소
파손 심해 휴교하는 곳도 발생
12일 발생한 경주 5.8지진 후유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컸던 경북 경주지역은 지진 발생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전문인력 부족으로 복구작업이 늦어지고 있고, 주민 상당수가 여진 등에 따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잇따른 예약 취소로 관광도시 경주의 경제가 빈사상태로까지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경주지역에서만 19일 현재 106억9,9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사유재산 4,011건 74억8,200만 원, 문화재 20억 원 등 공공시설 75건 32억 1,700만 원 등이다.
특히 기와집 중 2,031동이 피해를 입었지만 와공(기와기능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복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주는 40개 지구 15.95㎢가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있고, 지구 안에서는 2층 이하 전통한옥으로만 집을 지을 수 있어 기와집이 1만2,000채나 된다.
경주시는 19일까지 20명(와공 4명)의 복구인력을 일반주택지역에 투입한 데 이어 20일부터 100여 명(와공 30명)을 동원할 예정이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시설물 유지관리협회 경상북도회 오영호 기술위원은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 가량의 기와집 용마루 부분을 복구할 경우 와공 1명, 보조 1명 2인 1조를 기준으로 3일은 잡아야 한다”며 “기와가 사양산업이다 보니 와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대들보나 서까래가 틀어져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도 상당수여서 상황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흙 반죽을 쓰는 기와지붕 특성상 비가 오면 작업이 불가능해 겨울이 오기 전까지 실제 복구기간은 2개월 남짓에 정부 주도로 단기간에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병길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장은 “전국의 문화재돌봄사업단 소속 기와공 40명이 19일부터 경주에 상주하며 문화재 보수에 나섰고, 2주 정도면 응급복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민간주택 복구 지원도 검토 중이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자재비ㆍ인건비 등 구체적 지원계획을 하루속히 밝혀야 부족한 와공을 보다 원활하게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은 계속된 여진으로 멀미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경쇠약 등 심각한 지경까지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진앙지인 내남면 부지리와 인근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리는 것 같아 편히 눕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기 일쑤다. 내남면 덕천2리 한 주민은 “명절 때 찾아온 자식들은 무감각하던데 한번 혼이 난 우리들은 약한 여진도 천둥소리처럼 들려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상가 유리창이 폭탄이 터진 것처럼 깨져 나간 경주 중앙시장 내 한 상인은 “어디서 ‘쿵’하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대형 트럭이 지나가면서 땅이 흔들려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란다’고 호소했다.
수학여행단과 일반 관광객들의 예약취소 사태도 심각하다. 지역 관광업계는 지진 후 숙박업소 예약 취소율은 65%에 달하고 관광객도 60%나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지역 13개 유스호스텔에는 19일 오전에만 10여 개 학교 850여 명이 숙박취소를 통보했다.
한편 교육부는 19일까지 전국 학교 및 소속기관 235곳에서 벽체균열, 천장 마감재 탈락, 조명등 추락 등의 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에는 이달 말까지 시설복구계획을 수립한 뒤 내진보강 등 피해복구를 위해 특별교부금을 즉시 지원할 방침이다.
지진 발생 후 전국 37개교에서 등교시간 조정 또는 휴업했다. 경북에선 경주를 중심으로 13일 하룻동안 8개교가 휴업했고 26개교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또 진앙지에 가까운 경주시 S고는 학교 시설물 파손과 학생 불안감이 심해 21일까지 휴업할 예정이다.
경주=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ㆍ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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