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자유롭게 인출이 가능한 은행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11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까지 낮아질 만큼 당국이 돈 풀기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시중에 풀린 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자가 거의 없는 통장에마저 고여 있는 ‘돈맥경화’ 현상의 한 단면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예금취급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3회로 집계됐다. 이는 6월(22.3회)보다 더 떨어진 수치일 뿐 아니라, 2005년 2월(18.1회) 이후 1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평균 요구불예금 회전율 역시 2010년 34.8회에서 지난해 24.3회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통상 예금 회전율은 월간 지급액을 평균잔액으로 나눠 구하는데,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낮다는 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돈마저 예전보다 인출해 사용한 횟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 의미로, 시중자금 회전속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 역시 지난 7월 17.3에 머물렀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 4월(16.9)보다는 다소 높아졌으나 1년 전(2015년 7월 18.0)보다는 0.7포인트 낮아졌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이 시중은행을 통해 몇 배의 신용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돈이 활발하게 돌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이 역시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늘려도 은행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 묶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꾸준히 증가해 6월 1,200조9,007억원으로 1,200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완화된 금융여건이 자산시장 이외에 실물경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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