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수도 베를린 시의회선거에서 반유럽ㆍ반무슬림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10%를 넘는 지지율로 의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지지하는 집권 기독민주당(CDUㆍ기민당)은 아슬아슬하게 2당 자리를 수성해 집권 연정에서도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늠자 역할을 했던 6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회 선거에 이어 베를린 시의회선거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난민 포용정책을 폈던 메르켈 총리와 이를 지지한 주류정당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베를린 주의회 의원 선거 결과 AfD는 14.2%를 확보해 제5당으로 베를린시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독일 전체 16개지방 가운데는 10번째 지방의회 입성이다. 베를린은 독일의 행정수도이자 독일 내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 중 하나여서 이번 결과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베를린시민 일부조차 메르켈 총리의 온정적 난민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으며 대안으로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주창하는 AfD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반면 기민당은 2011년 선거 때 얻은 득표율 23.4%에서 줄어든 19.8%로 원내 제2당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기민당은 원내 제1당인 최대 야당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과의 연정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21.6%를 얻어 제1당 지위를 유지한 사민당과 각각 15.6%, 15.2%를 얻은 진보 성향 좌파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이루면 기민당을 참여시키지 않아도 의회 과반을 확보한다. 사민당의 미하엘 뮐러 시장 역시 기민당을 배제한 좌파 정당들과의 연정을 약속한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내년 총선에도 기민당과 남부 바이에른주 기반의 형제정당 기독사회당(CSUㆍ기사당) 연합을 이끌고 네 번째 총리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머른주 의회 선거에서 AfD에 밀려난 데 이어 베를린에서도 주정부 참여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독일 언론은 두 선거를 메르켈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해 왔다.
전문가들은 기민당뿐 아니라 주정부를 사수한 사민당도 표를 크게 잃었다며 주류 양대정당 연정에 베를린 시민들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 해석했다. 실제 베를린 시의회 선거전의 주요 쟁점은 급증하는 이주민 문제와 교육ㆍ대중교통 등 지역 공공서비스가 질적으로 하락한 문제였다. 카타리나 발리 사민당 사무총장은 “베를린은 자유롭고 관용적이며 세계시민적 도시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선거결과를 보수진영의 패배로 규정했지만 로타르 프롭스트 브레멘대 교수는 공영 피닉스TV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두 양대 주류 중도정당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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