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승車로 버스전용차로 이용
비용 3분의 1, 귀성시간도 절약
또래끼리 대화로 스트레스 풀어
차량공유 업체도 명절특수 누려
2년 차 직장인 최지은(26ㆍ여)씨는 지난달 15일 즐겨 찾는 온라인 친목 사이트에 ‘올해 추석 귀성길에 동승할 탑승객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취업준비생 시절 명절 때마다 고향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번번이 차편을 구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카풀(목적지가 동일한 사람들이 차 한대로 동행하는 일)을 제안한 것이다. 반나절도 안돼 연락해 온 사람은 11명. 그는 이들 중 5명과 연휴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만나 6인승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타고 부산으로 떠났다. 최씨는 18일 “동행자 모두 부모님 용돈에 보태거나 면접준비 비용을 마련하려 카풀을 이용한 20,30대 알뜰족이었다”며 “유류비를 분담해 경비를 아낀데다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여서 귀성길이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과 여유 시간이 넉넉지 않은 취업준비생 및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명절 카풀’이 인기를 끌고 있다.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47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1.4%가 ‘교통비, 선물 등 경비 부담’을 명절이 꺼려지는 이유로 꼽았다. 카풀이 그만큼 부담스러운 경비에 대한 묘안인 것이다.
이번 추석 카풀을 이용한 청년들은 실제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추석 당일 서울~부산 구간을 카풀한 직장 새내기 박정호(28)씨는 “왕복 KTX를 타면 12만원 넘게 지불해야 하는데 차를 나눠 쓴 덕분에 경비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구경인(26)씨도 “추석 직후 대기업 공채가 줄을 이어 서울에 남아 취업준비에 매진할까 잠시 고민했으나 카풀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니 귀성 소요 시간을 1시간30분이나 단축했다”고 말했다.
명절 카풀의 또 다른 매력은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전모(27)씨는 “2년 가까이 취업에 실패하면서 가족이나 친척에게 받는 명절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는데 카풀 동료들과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마음을 터놓고 미래를 걱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풀 수요가 급증하자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카풀 전용 애플리케이션 ‘풀러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출ㆍ퇴근 카풀에 서비스를 집중했지만 추석 특수가 예상되면서 카풀 이용자들에게 9인승 차량과 유류비를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며 “신청자의 93%가 20,30대”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에 확산되고 있는 카풀 바람은 팍팍한 현실을 ‘공유경제’라는 건전한 방식으로 극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절 카풀은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청년문화의 특성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힘든 삶을 비관만 하지 않고 공유경제 모델을 통해 돌파하려는 시도는 권장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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