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와, 국내 발전 5개사의 화력발전소들이 지난 6년간 유독성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거품제거제) 1만여톤을 해양에 무단 방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경북 김천)이 한수원과 발전 5개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화력발전소들과 고리ㆍ월성의 원자력발전소들이 2010년부터 6년6개월 동안 디메틸폴리실록산 1만679톤을 바다로 흘려 보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다량이 인체에 노출되면 호흡기 손상과 함께 태아의 생식 능력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환경관리법은 이를 유해액체물질(Y류물질)로 분류, 해양 배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발전소들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냉각수로 사용한 뒤 바다로 배출할 때 따뜻해진 물(온배수)에서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의 소포제를 대량으로 사용해 왔다. 발전소 별로는 중부발전이 3,423톤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남해에 연한 남동발전이 2,580톤, 남부발전이 2,256톤, 남해에 있는 서부발전이 1,205.3톤, 동서발전 1,115톤 순이었다. 지역으로는 동해와 서해, 남해 지역 모두가 포함된다.
환경전문가들은 발전소 주변 어민들이 악취가 나고, 어획량이 줄었다는 민원을 계속 해 온 것과 디메틸폴리실록산의 방류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울산해경은 어민 등으로부터 피해가 크다는 여론을 접수하고 동서발전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울산화력발전소가 디메틸폴리실록산 함유 소포제를 2011년부터 500톤가량 배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전국 발전소들이 문제의 물질을 무려 1만여톤 방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해경 수사가 5개 발전사 전체와 한수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의원은 "거대 공기업들이 유독물질을 방류한 것은 인근 해양 오염과 어류 양식에 직ㆍ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대형 사건"이라며 "배출 책임을 당국에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울산화력발전소 사건 직후 전국 발전소의 디메틸폴리실록산 함유 소포제 방류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 규정에 대한 법적 손질도 급선무로 지적되고 있다. 해양화경관리법과 달리 화학물질관리법은 유독물질로 지정하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는 배출 조건을 충족하면 제한적으로 배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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