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설계 바탕 저중력 시트
몸 전체 감싸 피로도 크게 낮춰
키에 따라 조절하는 부스터 시트
키 140㎝ 이하 어린이 안전 향상
대형 SUV는 극장처럼 좌석 배열
후방 탑승자에 넉넉한 시야 제공
자동차에서 운전자의 몸과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맞닿아 있는 부분이 좌석(시트)이다. 아무리 빠르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해도 운전자가 앉아 있기 힘들면 불편한 차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보다 편하고 안전한 좌석으로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닛산은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 게이오대 연구소와 공동개발한 ‘저중력 시트’를 내세우고 있다. 이름부터 거창한 이 좌석은 무중력 환경에서 인체가 취하는 가장 편안한 자세(중립자세)에 가깝게 설계됐다. 운전자의 골반에서 가슴까지 몸 전체를 감싸는 형태에, 체중과 주행 중 압력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쿠션이 핵심이다.
4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된 저중력 시트는 중형세단 ‘알티마’ 운전석에 처음 적용됐고, 지난해 가을 국내에 출시된 최상위 세단 ‘맥시마’에도 들어갔다. 이달부터 국내 고객 인도가 시작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무라노’는 처음으로 2열에도 저중력 시트를 갖췄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EQ900’의 좌석이 독보적이다. 독일척추건강협회가 공인한 고급 좌석(모던 에르코 시트)에 서울대 의대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 조합됐다. 키와 앉은 키, 체중 등을 입력하면 운전자세를 분석한 뒤 자동으로 좌석과 운전대, 후사경 등의 위치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안전 경고 햅틱(촉각) 시트’와 볼보자동차의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는 안전에 방점을 찍은 좌석들이다.
GM이 자동차 업체 중 처음 개발한 촉각 시트는 카메라가 위험 요소를 감지하면 좌석 왼쪽이나 오른쪽에 내장된 작은 모터가 진동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주행 중 차로를 벗어났을 때는 물론 좁은 공간 주차 시에도 작동한다. 소리가 아닌 좌석 진동이라 청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GM 고급 브랜드 캐딜락에 이 좌석이 적용됐다.
1964년 뒤를 바라보고 앉는 ‘후향식 어린이 좌석’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볼보는 부스터 시트로 어린이 안전을 또 한번 높였다. ‘XC60’과 ‘V60’ 등의 2열 가운데에 적용된 이 좌석은 어린이용 카 시트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키 140㎝ 이하 어린이가 앉을 수 있고, 키에 따라 높이가 2단계로 조절된다.
3열까지 사람이 탈 수 있는 대형 SUV에서는 개별 좌석만큼이나 각 열 좌석들의 배치가 중요하다. 뒷자리에 앉았을 때 앞 사람에 가려 전방이 전혀 보이지 않으면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형 SUV에는 뒷좌석을 앞보다 조금씩 높게 설계하는 ‘극장식 배열’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혼다의 ‘파일럿’과 올해 초 출시된 볼보 ‘XC90’이 이런 구조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중적인 국산차들도 좌석의 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는 중형 세단인데도 불구하고 주로 최고급 세단에 적용했던 안마 기능을 운전석에 넣었다. 억대의 값 비싼 차들만큼은 아니지만 장시간 운전 시 굳어진 등 근육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돌풍에는 몸을 감싸줘 안전성을 높인 ‘세미 버킷시트’도 한몫했다. 보기에 고급스러운데다 등받이 부위별로 단단한 정도가 다른 이경도(異硬度) 패드를 사용해 안락함까지 제공하는 이 좌석은 지난해 대한인간공학회가 주관한 ‘인간공학디자인상’ 중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쌍용차는 이달 초 출시한 2017년형 ‘투리스모’에 안락함을 더욱 향상시킨 좌석을 설치했다.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좌석으로의 진화가 고급 차들의 전유물은 아닌 셈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