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에 1회용 국밥으로 끼니 해결
올해는 청문회에 지진 겹쳐 ‘이중고’
“작년에는 컵라면이었는데 올해는 1회용 국밥으로 연휴를 보냈네요.”(새누리당 소속 의원실 보좌관)
일반 직장인에게는 최대 9일 간의 휴일이 보장된 연휴였지만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불은 이번 추석 명절 기간에도 꺼지지 않았다. 26일부터 시작되는 ‘20일간의 전투’, 국정감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국감을 앞두고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와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실시된 데다 연휴 직전 경주 지진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은 의원실이 많다.
국감은 아무래도 초선 의원실 보좌진에 더 큰 부담이다. 국감에서 활약하면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초선 의원에겐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여당 비례 초선 의원실 비서관은 18일 “20대 국회 첫 국감인 만큼 7명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자발적으로 연휴에 나왔다”며 “나 역시 시댁에서 눈치가 보였지만 추석 연휴 첫날도 반납했다”고 털어놓았다.
해당 의원이‘정책통’으로 정평이 난 경우도 국감에서 세간의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압박이 만만치 않다. 야당 경제통으로 불리는 의원실 관계자는 “추석 당일을 빼곤 회관으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고 푸념했다.
연휴를 앞두고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업무를 가중시키는 돌발 변수였다. 경주를 지역구로 둔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실은 연휴 내내 지역의 피해 상황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이날 열린 지진 대책 당정 간담회도 준비해야 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수동 정지 상태인 월성 원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연휴 내내 수시로 한수원과 원안위에 연락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24시간 비상체제’로 돌아간 이번 연휴 역시 의원실에서 쪽잠을 자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풍경이 재연됐다. 여당 의원 보좌관은 “국회 인근에 문 연 식당이 별로 없어 새누리당보좌진협의회가 제공한 1회용 국밥을 전투식량 삼아 끼니를 때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추석 당일만 빼고 전원 출근했는데 일부는 시간이 부족해 회관 소파에서 쪽잠을 잤다”며 “어떤 의원실은 회관 책상 뒤에 돗자리를 펴 놓고 업무와 취침을 반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당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정부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국감은 사실상 벼락치기가 불가피하다”며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국감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