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주주 한화생명ㆍ한국금융
온ㆍ오프라인 금융 인프라 관심
국민연금ㆍ국내외 사모펀드는
민영화 후 추가 주가 상승 노려
2010년 이후 4차례 도전에서 번번이 흥행에 참패하며 쓴맛을 삼켜야 했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번엔 예사롭지 않다. 한 두 곳이 관심을 보이자 너도나도 입질을 하면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거론되는 후보군만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다. 그들은 왜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투자의향서(LOI) 접수 마감일(23일)이 임박하면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자 10곳 가량이 막판 검토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전 매각주관사로부터 매일 1, 2차례씩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드러낸 투자자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았다”며 “그만큼 관심들이 높다는 것인데 연휴 이후엔 투자자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매각 방식은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6%) 중 30% 안팎을 투자자 1곳당 4~8%씩 쪼개 파는 방식이다. 30%가 모두 팔리게 되면 4~7곳의 과점주주가 생기게 되는데, 이들은 사외이사 1명씩의 추천권을 갖게 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런 매각 방식의 변화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리 많지 않은 돈(3,000억~6,000억원 수준)을 들여서 우리은행이라는 국내 ‘빅4’ 은행 중 한 곳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꽤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을 통해 은행권 진입을 노려온 곳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화생명과 한국투자금융이 대표적이다. 한화생명 고위 인사는 “현재 한화생명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만큼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면 온ㆍ오프라인에서 은행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지금보다 훨씬 확장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서 은행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한국투자금융 역시 사업 영역 확장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 관계자는 “아직 지분 인수를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분 인수 시 은행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기존 증권업 중심의 사업 영역을 다양한 분야로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함께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KT 역시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선 국내 주요 보험사와 증권사가 우리은행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들 업권의 다른 회사들도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교보생명도 “지분 투자가 회사에 어떤 이득이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민영화의 성공이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로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중앙회, 그리고 오릭스PE, 베어링PE,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매겨졌던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얼마든지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연간 배당수익률도 2% 중반이어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을 얼마든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