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공화)와 힐러리 클린턴(민주)의 미국 대선 본선 경쟁이 두 달을 넘어가지만, 선거운동에 임하는 두 후보의 기본적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허풍 심하고 직설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 못지않게, 클린턴 역시 ‘솔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특유의 비밀주의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다.
클린턴 후보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클린턴 진영은 트럼프와의 경쟁 상황을 실제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지자들의 긴장감과 결속력을 높이려는 듯 은연 중 위기론을 흘리는 모습이다.
지난 5일 발송한 이메일에서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버지니아 주에서 트럼프에게 역전을 허용했거나 쫓기고 있다고 호소하더니, 17일 서한에서도 2주일전과 이틀 전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며 ‘트럼프가 턱밑까지 따라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선거자금 기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뒤쫓는 트럼프는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15일에는 자신의 약진으로 지지율 순서가 뒤집어진 네바다 주 상황을 트위터에 소개하며 대선 승리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에 대한 공격도 여전하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CNN은 공정하지 않다. 그래서 시청률이 낮고 더 나빠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뉴욕타임스의 여성칼럼니스트 모린 도우드를 ‘신경증에 걸린 얼간이’라고 지칭하며, “괴짜 도우드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따분한 인터뷰와 칼럼을 지어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도 혼자 주도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가끔 독자 유세를 펼치는 걸 제외하면 모든 유세의 주인공은 트럼프다.
반면 클린턴 진영은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첼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화려한 대리인들이 총출동해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협업 구조다. 최근에는 영부인(미셸 오바마)까지 가세했으며, 17일과 18일에는 격전지로 떠오른 오하이오 주에서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을 대신해 선거 운동을 펼쳤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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