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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편성 갈 수 있을까” 추석 파일럿 웃음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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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편성 갈 수 있을까” 추석 파일럿 웃음 성적표

입력
2016.09.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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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싸움-승부’가 추석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에 올랐다. KBS 제공
‘노래싸움-승부’가 추석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에 올랐다. KBS 제공

올해 추석에도 정규편성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파일럿(시범제작)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지상파 3사에서만 13편의 신규 예능이 전파를 탔다. ‘먹방(먹는 방송)’과 ‘음방(음악 방송)’ 일색이던 지난 명절과 달리 참신한 소재와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당당히 편성표의 한 자리를 차지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추석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부르스타’는 이영애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 관심을 끌었다.SBS 제공
‘부르스타’는 이영애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 관심을 끌었다.SBS 제공

시청률 킹 vs 화제성 퀸

시청률 1등은 16일 방영된 KBS2 ‘노래싸움-승부’다. 1부 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부 10.6%를 기록했다. 특히 2부는 17일까지 방송된 파일럿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시청률로, 정규편성에 청신호를 켰다. 배우 남궁민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에선 김형석, 윤종신, 정재형 이상민, 윤도현 등 5명의 음악감독과 연예인 15명이 팀을 이뤄 노래 경연을 펼쳤다. 1대1 대결에서 승리한 사람이 다음 대결 상대를 고르고, 지목된 사람은 선곡 기회를 갖게 되는 룰이 경연의 긴장감을 높였다. 음악감독들의 전략싸움은 경연 못지 않게 흥미로웠다. MBC ‘복면가왕’과 KBS2 ‘불후의 명곡’ 같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판정단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니 그 기준만 잘 세우면 ‘복면가왕’ 못지 않은 노래예능이 탄생될 듯”(didi****)이라는 네티즌 의견도 올라왔다.

화제성에서는 16일 방영된 SBS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방송 나들이가 뜸했던 배우 이영애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밤 11시 20분 심야 편성에도 1부는 5.2%, 2부는 6.9%로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다. 프로그램 콘셉트는 노래 고민을 가진 톱스타에게 실력파 가수들이 보컬 레슨을 해준다는 것. 하지만 내용은 ‘이영애 다큐’나 다름없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이영애의 집을 찾아가 살림살이를 엿보고 쌍둥이 자녀와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영애가 국수를 요리해 대접하고 직접 농사지은 고추를 손질하는 모습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노래 부르는 스타’라는 제목과 달리 보컬 레슨은 10여분간 흉내만 내고 끝났다. 네티즌은 “엄마로 멋지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mesu****)라며 이영애를 반기면서도 “아이들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집구경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요리 프로도 아니고. 뭐가 주된 목적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프로였음”(spee****)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해선 혹평했다.

‘톡 쏘는 사이’ 방영 후 아재 개그맨 3인방에 대한 호응이 쏟아졌다. 김수용 SNS
‘톡 쏘는 사이’ 방영 후 아재 개그맨 3인방에 대한 호응이 쏟아졌다. 김수용 SNS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은 네티즌의 댓글로 구성한 콩트로 꾸며졌다. MBC 제공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은 네티즌의 댓글로 구성한 콩트로 꾸며졌다. MBC 제공

쌍방향 여행 vs 댓글 드라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성공 이후 SBS ‘꽃놀이패’와 KBS2 ‘어서옵쇼’로 이어진 네티즌 참여형 예능도 이번 추석 연휴에 2편이나 새롭게 전파를 탔다. 15일 방영된 ‘상상극장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우설리)과 16일 방영된 ‘톡 쏘는 사이’다. 둘 모두 MBC에서 만들었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톡 쏘는 사이’는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로 떠난 출연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그 지역 네티즌의 조언을 받아 명소를 여행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어디서 무엇을 할지 실시간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많았고 그만큼 재미가 풍성했다. 특히 남희석과 박수홍, 김수용으로 이뤄진 충청도 팀의 활약이 돋보였다. KBS 공채개그맨 출신 26년 지기인 세 사람은 한층 살가웠고 제각기 캐릭터가 달라 유쾌했다. SNS에 낯설어하는 ‘아재스러운’ 모습도 폭소를 자아냈다. 온라인에선 “가족들과 정말 깔깔깔 웃으며 봤어요. 아재들 조합 완전 굿”(im22****) “이 프로그램 잘 살려보세요 감독님. 재미나요. 촉이 와요”(momn****)라며 호평이 이어졌다. 시청률에서도 1부는 5.1%, 2부는 7.2%로 선전했다.

‘우설리’는 네티즌의 릴레이 댓글로 만든 드라마를 표방했다. 취준생이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는 판타지 드라마와 남남 로맨스에 뱀파이어 호러를 결합한 반전 드라마 등 네티즌의 기상천외한 발상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자신의 연기를 민망해할 만큼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는 아쉬웠다. 시청률도 1부 2.4%, 2부 1.5%로 저조했다. “오글거려 죽는 줄”(hh58****) “부끄러움은 모두 내 몫”(himy****) 등 ‘손발 오글거린다’는 시청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네티즌들의 댓글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파격적인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실험이라 노력과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 해야 함”(kiry****)이라며 기획의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라차차 타임슬립-새 소년’에선 1980년대 초반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KBS 제공
‘구라차차 타임슬립-새 소년’에선 1980년대 초반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KBS 제공
‘씬스틸러’에선 미친 연기력과 애드리브의 향연이 펼쳐졌다. SBS 제공
‘씬스틸러’에선 미친 연기력과 애드리브의 향연이 펼쳐졌다. SBS 제공

익숙한 내용 vs 신선한 포맷

명절 연휴 가족들의 대화거리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만큼 좋은 게 없다. 15일 방영된 KBS2 ‘구라차차 타임슬립-새 소년’은 복고를 컨셉트로 시청자를 만났다. 출연자들이 1983년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예능판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 익숙하고 정겨운 풍경이 한가득 펼쳐졌다. 옛 소품들을 살피다 게임을 하는 등 다소 두서 없는 전개였지만, 처음 보는 어린 시절 영상에서 부모의 사랑을 되새기는 차태현의 뭉클한 모습으로 마무리하며 방점을 찍었다. 시청률은 4.6%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네티즌은 “소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tomb****) “오랜만에 보는 마음 따뜻하고 재미있는 방송이었네요”(lysi****)라는 호의적인 댓글을 남겼다.

16일 방영된 SBS ‘드라마게임-씬스틸러’는 드라마와 리얼버라이어티를 접목한 신선한 포맷으로 호평 받았다. 특정한 상황과 각각의 캐릭터가 주어지면 그에 맞춰 배우들이 순발력있게 즉흥 연기를 펼쳐 드라마를 완성했다.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가 상대배우의 상상불가 애드리브에 당황하는 모습과 그에 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유쾌했다. 김정태와 황석정, 오광록, 박해미 등 개성파 배우들이 쏟아내는 애드리브와 연기력 대결에선 내공과 관록이 전해졌다. 방송 이후 관련 기사 댓글란에는 “김정태님 연기 진짜 차져요. 애드리브 천재”(nara****) “미쳐 죽는 줄. 너무 웃겼어요. 순간순간 재치력 짱”(jaja****) “완전 재밌었어요. 정규방송으로 고고고”(heal****) 등의 열광적 반응이 쏟아졌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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