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ㆍ수원대ㆍ청주대 등
지역 명문서 부실대로 전락
배후엔 늘 전횡하는 소유주
정상적 학사 운영 방해하고
적립금 쌓고도 투자엔 인색
代 이은 토지ㆍ교비 횡령도
부패 방조한 교육부 책임論
“비리 이사 승인 취소하고
공영형사립대로 전환해야”
내년도에 정부 재정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28개 ‘부실 대학’이 공개됐다. 지난 5일 교육부의 1주기(2015~2017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후속 1차 이행 점검 결과 발표에서다. 구조개혁 실적이 미흡해 2년 연속 DㆍE 등급을 받았거나 올해 첫 평가에서 부실대로 판정된 이들은 신규ㆍ기존을 막론하고 정부가 내년 시행하는 모든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학생한테도 불이익이 간다. 국가장학금이 끊기고 학자금도 못 빌린다. 사실상 퇴출 위기다. 대부분 지방 군소 대학인 구조조정 대상들 중에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대학들도 있는데, 하나같이 사학 비리로 인해 한때 지역 명문의 명성을 잃은 경우다. 소유주의 전횡과 비리가 학교 운영 파행으로, 나아가 경영 파탄으로 이어졌다.
학교 망친 ‘소유주’
원주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대학노조 상지대지부는 7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지학원 이사회와 조재용 총장직무대행체제의 즉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교수협은 “2010년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결정으로 김문기 전 총장 측 구(舊)재단이 복귀한 뒤 상지대는 2013, 2015,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대학평가에서 실패했다”며 “총장직무대행과 교무위원들은 김 전 총장 하수인을 자처하며 구성원을 탄압하고 대학을 나락에 빠뜨린 이들”이라고 성토했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척결 대상으로 찍혀 불명예 퇴진한 김문기 상지대 전 총장은 사학 비리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1974년 상지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가 부정 입학 등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고 학교를 떠나 있던 10년 동안 상지대는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건실하게 운영됐다. 그러나 2003년 박원순 서울시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을 정(正)이사로 뽑아 학교를 완전히 정상화하려던 임시이사회의 계획이, 구 재단 측이 소송을 제기하고 2007년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김 전 총장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결과를 빚게 됐다. 3년 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으로 상지학원 정이사 9자리 중 4자리가 김 전 총장 측근으로 채워졌고 4년 뒤인 2014년 8월 김 전 총장은 총장으로 복귀했다.
구재단의 복귀와 함께 분규가 시작됐고 학교는 망가졌다. 김 전 총장 측이 장악한 족벌 체제 이사회는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방해하고 교육 공간을 수익 사업 시설로 전환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한편,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의 활동을 억눌러 학내 비리 감시 구조까지 해체해 버렸다. 정대화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2017학년도 대학 입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상지대가 다시 교육부 평가에서 실패,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만으로도 구재단 이사회는 정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수천억원 적립금을 쌓아 둔 적립금 상위 4위 대학이 이번에 재정지원 제한에서 탈피한 안양대, 평택대, 한서대, 서경대, 한성대만 못하다는 것을 구성원이 도대체 어떻게 납득하란 말인가.” 경기 수원대 교수협의회는 12일 내놓은 성명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교수협의회가 지적한 것은 이인수 총장의 인색과 무능이다. “법원도 역사상 최초로 수원대에 등록금 환불 판결을 내리며 ‘대학이 교육 시설 등의 확보 의무를 다해 학생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수원대는 전임 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학생 지원비 등이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함은 물론 수도권 소재 종합대학교의 통상적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교를 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여기는 전형적 인물이 이 총장이라는 게 수원대 교수협의회 등 구성원 상당수의 판단이다. 그는 3년 간 총장 판공비 3억2,000만원을 증빙 없이 현금으로 쓰고 장남에게 허위 졸업장을 발급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포상금 1억원을 주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업무상 배임ㆍ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 공여 등 40여건의 혐의들로 고발돼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대는 김병기 총장과 교무위원 15명이 일괄 사퇴하고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교육부로부터 3년 연속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청주대가 부실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학과 통ㆍ폐합 등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지만 따져 보면 대(代) 이은 ‘소유주’의 횡령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8일 청주지법은 교비 2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현 청석학원 이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는데, 부친인 김준철 전 이사장도 153억 상당의 학원 토지를 횡령한 전력이 있다.
청주대 교수회는 그날 바로 성명을 내고 “설립자 3세인 김 이사는 13년 간 총장직을 유지하면서 전횡을 일삼아 왔고, 3,000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으면서도 교육 투자에는 소홀해 왔다”며 “교비를 교육에 제대로 쓰지 않고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 판결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유죄가 확정된 만큼 우리가 직무정지를 요구하기 전에 김 이사 스스로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리 이사 퇴출을”
이처럼 ‘비리 대학’이 ‘부실 대학’이 되기까지, 교육 당국의 탓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리 재단의 이사회 복귀를 방조한 사분위 책임론이 제기된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는 “상지대ㆍ수원대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비리 사학에 대한 당국의 감독은 부실했고 처벌도 솜방망이였던 데다 교육 관료와 비리 사학 간 유착은 날로 끈끈해졌다”며 “사학 소유주 재산을 위해 교육부가 쏟아 온 노력은 학교 법인을 사유 재산으로 보는 몰상식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퇴출 의지도 부족하다. 교육부는 2011년 8월 중대 부정ㆍ비리 대학 및 감사 결과 불이행 대학 등은 구조개혁 대상 포함 여부에 관계없이 별도로 퇴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10월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구체적 퇴출 절차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 의장은 “사학 비리는 고의성이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아주 나쁜데도 사학 이사회를 비호하는 사분위 등 탓에 비리를 없애려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실효적이기 어렵다”며 결국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아예 대학을 폐교하는 것은 자칫 구성원들에게는 피해를, 소유주에게는 재산을 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김재훈 의장은 “종전이사 측이 이사로 복귀해 발전 중인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만들고 있는 법인들은 교육부가 관련 법률과 판례에 따라 전면적으로 임원 승인 취소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비리 사학의 경우 그 비리 이사들의 퇴출과 함께 교원 인건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상지대 및 김문기 전 총장]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9월 16일 ‘비리 사학재단 배 불리다 퇴출위기 처한 대학들’이란 제목으로 김문기 상지대 전 총장 측 구재단의 복귀와 함께 학내 분규가 시작됐고 학교는 망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상지대 측은 김문기 상지대 전 이사장이 물러난 후 관련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을 받고 나머지 유죄 부분은 사면복권되었음을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것은 김 전 총장의 재임기간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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