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역대 최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보다 두 시간 전인 5시30분쯤 경북 경주시 북군동 보문단지 버드파크 내 동물들의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저귀는 새들의 불안한 날개짓이 고스란히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것이다.
이날 동물들의 이상 조짐을 처음 발견한 버드파크 수의사 이선락(60)씨는 “평소 조류들은 대형 새장 안에서 한 방향으로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거나 중저음으로 지저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은 지진 발생 훨씬 전부터 새들의 비행 방향이 제각각이었고 산만했다”며 “지저귀는 소리도 평소 2~3배나 됐다”고 말했다.
조류는 조명이 꺼지면 바로 잠이드는데도 불구, 지난 12일 저녁에는 새장 안에서 불안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대형 수족관 물고기도 불안 증세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움직임이 거의 없는 고대어 피라쿠르도 이날 지진 전부터 좁은 수족관에서 이리 저리 헤엄쳐 다녔고, 뱀과 악어 등 파충류도 불안 증세를 보였다.
버드파크 황성춘 대표는 “CCTV를 통해 지진을 미리 감지, 불안해하는 동물들의 육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경주에서 지진 감지를 위해 버드파크 동물들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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