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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예방접종 직접 한다고? 동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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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예방접종 직접 한다고? 동물이라서?”

입력
2016.09.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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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추석 즈음이면 바쁘다. 큰집이다 보니 대청소, 장보기, 음식 만들기, 손님 치르기 등이 착착 진행된다. 그 과정에 반려동물도 언제나 함께 한다. 그러다보니 명절이 지나면 집안에 개, 고양이의 코고는 소리가 진동한다. 지들도 명절 치르느라 피곤했던 게지. 추석을 마치면 곧바로 반려견 찡이의 제사이다. 기일에 형제들은 찡이가 좋아했던 음식을 하나씩 들고 모여서 제사상 앞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한다. 남은 가족이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자리. 왜 개, 고양이 제사를 챙기느냐고 묻는다면, 가족 기일을 챙기는 게 왜 이상하냐고 묻고 싶다. 단지 동물이라서?

주사기로 약물을 투약하는 행위를 비전문가가 수행할 경우 동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사기로 약물을 투약하는 행위를 비전문가가 수행할 경우 동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동물의 자가진료 금지 논란과 관련, 반려인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가진료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의료인이 아닌 동물의 소유자가 약, 주사제 등을 임의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반려인들이라면 개를 찍어내는 강아지 공장, 식용견 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 수준의 자가 진료를 막는데 동의할 것이므로 대부분 자가진료 폐지에 찬성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 동안 약국에서 싼값에 구입하던 것을 구입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가 진료가 불법이 되더라도 여전히 구충제, 간단한 연고 등은 약국 구입이 허용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지나친 걱정이다. 게다가 예방접종을 직접 계속 하겠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비용 문제라고 해도 예방접종은 부작용이 무서운 의료행위인데 수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백신을 계속 팔고, 사서, 직접 주사하겠다니. 이 또한 동물이라서 괜찮다는 것인가?

나는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소중한 개를 잃었고, 고양이를 잃을 뻔했다. 그래서 자연주의 육아법을 권하는 홀리스틱 수의학, 매년 추가 예방접종 말고 다른 방법을 권하는 최신 예방접종 권고안 등을 열심히 공부했고 기준을 정했다. 우리 집 개와 고양이는 기본 예방접중 후에는 매년 접종을 하지 않고 항체가 검사(질병의 현재 방어가능 여부 및 향후 방어기능 기간 등을 예측하는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서 주치의와 상의 후 추가 접종을 하거나 건너뛴다.

경제적인 부담이 있다고 하지만 예방접종 비용이 생명을 잃을 정도로 무서운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부담스러운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동물 진료비에 대한 심정적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캐나다처럼 모든 사람이 무상의료인 나라도 동물 치료비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 하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동물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중요한 것은 비용보다는 적용 기준의 문제이다. 만약 사람 자식이었으면 부모가 직접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나설까? 우리는 동물도 가족이고, 같은 생명이라고 말하다가도 한 순간 동물이라고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엉터리다.

동물 자가진료 폐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직접 제왕절개, 성대절개 수술과 같은 동물의 외과적 수술을 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동물학대방지연합(ASPCA)
동물 자가진료 폐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직접 제왕절개, 성대절개 수술과 같은 동물의 외과적 수술을 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동물학대방지연합(ASPCA)

책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의 저자는 수의사이면서 동물보호단체의 의료봉사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개식용 농장, 강아지 공장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곳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라고 말한다. 현행 수의사법에서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의 진료행위를 허용하는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폐지하면 무엇보다 동물보호법 사각지대에 있는 개식용 농장, 강아지 공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불결한 환경에서 키우다 보니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지사제 등을 남용하고, 끝없이 새끼를 빼내기 위해서 발정 유도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직접 하는 제왕절개 수술, 성대수술 등 외과적 처치 또한 불법이 된다. 이 정도면 개인이 부담하는 예방접종 비용 부담 정도는 감수할 만하지 않나.

물론 수의사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람도 있고, 동물병원에서 병은 낫지 않고 치료비만 잔뜩 낸 불쾌한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의사는 아이들의 건강을 함께 지킬 소중한 파트너이다. 동물이라서 가볍게 대하는 수의사가 아니라 말 못하는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대변하는 주치의를 찾는 것, 이 또한 반려인의 책임이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 박종무, 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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