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 단독 핵무장
핵무기 개발까지 北 억제력 공백
中·日 반발에 군비경쟁도 불 붙어
IAEA 감시로 극비 추진은 불가능
● 전술핵 재배치
한미 주장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
스스로 깨는 것은 北이 바라는 일
북핵 포기 요구할 명분도 사라져
● 北 지도부 응징 보복
대량 미사일·특전사 투입 ‘투트랙’
선제 타격해 전면전 시작하는 셈
中·러 군사대응 우려도 무시 못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정치권이나 군 당국에서 강경한 군사적 대응 조치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제약 조건이 많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해법이란 지적 많다. 대표적인 것 핵무장론과 전술핵 배치, 대량응징보복 등이다. 북핵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라기 보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심리적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미동맹 근간 흔드는 핵무장론
최근 여권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능력이 외교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만큼 우리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갖자는 주장이다. 핵 위협에 대해선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만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핵 정치’의 기본 공식이다. 여기엔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해서 안될 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도 담겨 있다.
이 같은 논리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은 명분이나 실리적 측면에서 우리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핵 비확산 체제의 틀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리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남한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동안 미국이 제공하던 핵우산이 사라지는‘핵억제력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2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하는 데, 핵무장의 방식은 군비경쟁을 촉발하며 평화가 아니라 더욱 큰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극비리에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가능한 상황을 이미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핵무장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순간 이미 핵무장을 비밀리에 추진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와 간섭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오랫동안 대치하며 핵무기 개발의 유혹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히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감시 속에서 꽁꽁 묶여있다는 뜻이다.
북한 핵포기 명분 떨어뜨리는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자는 전술핵배치 주장은 핵 비확산 체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핵무장론보다는 현실적이다. 한국이 직접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는 형식이 아니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무를 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술핵 배치는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는 데서 한걸음 더 나가 주한미군에 핵무기를 배치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자는 것이어서 여권 일각에서는 진지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이날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한의 전술핵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우리 정부가 깨뜨린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간접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어긴 마당에서 더 이상 북한의 핵보유를 포기시킬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북한의 한반도 군축협상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핵우산 등 확고한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굳이 주한미군에 핵무기를 배치할 필요가 있느냐”며 “잘못하면 북한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가 될 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을 핵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안보 불안감을 달랠 수 있지만, 이는 상대의 핵을 인정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과거 미소 대립처럼 강대국간의 핵 정치 룰로 핵을 포기시켜야하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적용하기는 어렵다. 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술 핵배치 주장은 일단 정부가 아닌 정치권과 민간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며 “현실화 가능성은 작지만, 핵억제 능력을 성실하게 제공하라는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전면전 감수해야하는 北 지도부 응징 보복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신속하게 대량응징보복(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개념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있을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전쟁 지휘부가 포진한 평양 일부 구역에 사거리 300㎞인 현무-2A와 사거리 500㎞인 현무-2B, 사거리 1000㎞인 순항미사일 현무-3 등 가용 미사일 자원을 총동원해 초토화시킨다는 작전이다. 여기엔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제75레인저 부대와 같은 특수작전부대가 투입돼 북한의 전쟁지휘부를 직접 제거하는 작전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핵무기 사용 징후가 있을 경우’에 이 작전이 전개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선제 타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보복 공격 등으로 북한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도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이 작전을 부각시킨 것은 실질적인 대응 조치라기보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경고와 압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단 우리 군이 그만한 군사적 역량을 갖췄다는 점만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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