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공약에 발목
“새 정부에 방해 될 뿐”
메이 정부 부담 덜어준 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자진 사퇴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하원의원직도 내려놓고 15년간 몸담았던 의회를 떠났다. 영국 언론들은 “사실상 정계 은퇴”라고 평가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런던 서부 옥스포드셔의 위트니 선거구 하원의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캐머런은 “숙고한 끝에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 들어선 테리사 메이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캐머런은 “의원직을 유지하면 새 정부가 가는 길에 ‘큰 방해’가 될 것”이라며 “백 벤처 의원(back-benchesㆍ정부 각료가 아닌 의원)으로 남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와의 불화설은 일축했다. 그는 “최근 교육 정책 변화를 시사한 메이 정부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달라 의회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며 “메이 총리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리더십 아래 영국이 번영할 것”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7일 교육 질 향상을 위해 현행 평준화 정책에서 벗어나 중등학교 신입생 선발에 학업 능력을 도입하는 ‘명문 공립학교’를 전격 도입했다. 이는 캐머런 정부의 평준화 지침과 반대되는 정책이다.
캐머런의 사임에 메이 총리는 “캐머런 정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의 리더십 아래서 우린 많은 것을 이뤘다”고 평가한 뒤 “경제 안정은 물론, 사회 개혁에도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캐머런은 2005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보수당 대표에 오른 뒤, 2010년 고든 브라운 전임 총리를 물리치고 13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후 복지 지출 축소, 노동 개혁 등을 추진한 캐머런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공약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6월 23일 실시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자, 반대 진영을 이끈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당시 캐머런은 “하원의원직은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내놓으면서 정치 무대에서 사실상 퇴장하게 됐다. 캐머런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위트니 지역구는 보궐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캐머런의 이른 정계 복귀를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캐머런이 총리 사임 당시 “의원직을 유지해 2020년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