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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시설 개방, 아이들 안전대책도 없이...” 우려

입력
2016.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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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취지엔 공감하지만…

“오전 8시 반 전 등교시키지 말라”

담임이 당부할 정도로 안전 취약

보안관 증원 등 대책안 마련 필요

교총은 우려 담은 반대 성명 발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 등을 지역주민에게 의무적으로 개방하도록 한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부인이 쉽게 학교에 드나들 수 있게 된 셈이지만 정작 학생 안전을 담보할 방책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서울시교육청은 “9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공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학교장이 주민에게 학교시설 이용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시설 이용 신청인에게 그 사유를 서면으로 상세히 밝히도록 한다’이다. 교육계는 이 조항이 사실상 학교장에게 주민 일반에 학교를 완전히 개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 안전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조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심심찮게 벌어지는 학교 현장에서의 범죄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박모(41)씨는 “공공시설물을 지역사회가 공유하자는 건 좋지만 혼자 교실에 있는 게 위험하니 오전 8시 반 전에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말라고 담임 교사가 당부할 정도로 학교 안전이 취약하다”라며 “학교는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약자들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박모(44)씨는 “출입관리대장을 철저히 관리하게 하는 규정과 학교 보안관 인력을 증원하는 안전대책 없이 개방만 무턱대고 확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외 선진국에서는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다. 총기사고가 빈번한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학교시설에 외부인이 출입할 때 방문자의 사진을 찍어 신원을 확인하고, 등하교시간 외에는 아예 교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일본은 사전 약속 없이 외부인이 학교에 방문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철저한 안전 대비책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교 현장에서 범죄가 벌어질 때만 반짝 대책이 쏟아졌다가 흐지부지되길 반복하고 있다.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초등학생을 40대 남성이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이후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2년 뒤 고교 중퇴생이 서울 한 초등학교에 난입해 칼부림을 벌여 초등학생 6명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2014년에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성폭행이 벌어지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기선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전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은 “학교시설 개방과 학교 범죄의 인과관계가 직접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장의 우려를 담은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10월 초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인데,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면 11월 정례회의에서 다시 한 번 표결에 붙여지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추석 직후 재의 요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시설 개방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안전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설 개방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하고 교내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경우 학교와 시설 사용자 간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선 교수는 “예컨대 도서관을 밤늦게까지 개방할 때도 주민과 학생의 동선 및 출입구를 달리 하는 등 학생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방안까지 고민한 뒤 시설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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