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에 ‘뱅크론’(Bank Loan) 펀드가 틈새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연초 이후 최대 11%대의 고수익을 기록한데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펀드 편입 상품의 이자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여서 앞으로 금리인상에 따른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최근 잇따른 금리인상 신호 속에 이달 들어서만 벌써 2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을 정도다.
12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뱅크론 펀드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달 8일 기준)은 10.29%에 달한다. 최근 3개월(4.05%)과 6개월(11.11%) 수익률도 함께 상승 추세다. 또 다른 뱅크론 펀드인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4.81%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펀드 평균 수익률(2.11%)의 두 배를 넘는다.
뱅크론은 은행ㆍ금융회사 등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평가한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미만인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 대출채권을 일컫는다. 부동산ㆍ공장ㆍ장비ㆍ특허 등 기업이 가진 자산을 담보로 대출이 진행되고, 신용대출이나 회사채보다 우선적으로 갚아야 하는 ‘선순위’ 담보 대출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자는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거래시 적용되는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시 채권가격 하락으로 투자손실을 입는 일반 채권과 달리 뱅크론은 이자가 금리 상승에 연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다. 2014년 국내에 뱅크론 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 때마다 자금이 몰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인기가 시들했으나 지난달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최근 몇 달간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화됐다”고 발언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엔 연준 고위인사들도 잇따라 금리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연준이 금리인상을 더 지연시킬 경우 자산시장 과열이 우려된다”며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됐던 로젠그렌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이 힘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양호한 기초여건을 바탕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금리 인상 여건은 충분히 무르익었다”며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상 신호를 주고,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올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46.1%(이달 9일 기준)로 전날(42.8%)보다 올랐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27억~153억원씩 돈이 빠져나갔던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펀드에는 8월에만 210억원이 순유입됐다. 9월 들어선 8일 만에 193억원이 몰리는 등 자금 유입 강도가 세지고 있다.
지난 2~8월 자금 순유출을 겪은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펀드도 9월 들어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펀드 운용을 맡은 존 월딩 피피엠 아메리카(PPM America) 뱅크론펀드 수석매니저는 “지난해 뱅크론 펀드가 유가 하락에 따른 위험자산 부진으로 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5% 안팎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뱅크론 펀드 투자로 당장 이익을 얻기 어려운 점은 감안해야 한다. 뱅크론 이자는 리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지만 최소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리보금리가 1%에 못 미칠 때는 ‘1%+가산금리’로 이자가 결정된다. 달러화의 현재 3개월 리보금리가 0.85%이기 때문에 리보금리가 1%에 도달하기까지는 시중 금리가 올라도 수익률이 오르지는 않는 구조다. 리보금리도 1% 이상 돼야 가시적인 수익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순위 담보 대출채권이긴 하지만 해당 채권 발행사의 부도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월딩 수석매니저는 “미국 뱅크론 부도율은 2% 수준으로, 2000~2015년 7월까지 평균 채권 부도율(3.07%)을 훨씬 밑돈다”며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뱅크론 부도율이 단기간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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