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마을회관으로 대피
“땅이 붕붕 떠오르고 멀미 나”
12일 한반도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인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일대는 지진 발생직후 1시간 가까이 공포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집안 벽걸이 TV가 바닥에 떨어지고, 쇼윈도 유리창과 물탱크가 파손되는가 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진열대 상품이 다 쏟아져 아수라장을 이뤘다.
첫 진앙지인 내남초등학교와 지척이고, 규모 5.8의 여진 진앙인 화곡저수지와 500m 거리의 내남면 부지1리 65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은 두 번째 지진이 난 뒤 긴급 대피방송에 따라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마을 주민들은 “땅이 붕둥 떠오르는 듯 하고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며 “1차 지진 후 일부 주민들이 회관으로 모였다가 두 번째 지진에 벽시계가 떨어지는 등 진동이 더 심해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인근 부지2리 주민 45가구 60여 명도 마을 회관으로 대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또다시 지진이 올 것이 두려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는 최모(81)씨 집 시멘트 블럭으로 된 담벼락 6~7m가 무너졌고, 기와지붕 기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일부 재산피해가 났지만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앙지에서 직선거리로 13㎞ 가량 떨어진 경주시 용강동 한 대형마트는 지진으로 진열대 상품 대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주시 보덕동 덕동댐에서 감포읍으로 가는 도로는 낙석으로 한때 교통이 통제됐다. 황성동 C아파트 옥상 등 10여 개 아파트 단지의 물탱크가 파손돼 긴급복구했다. 통일전 부근 기와집 등에서 기와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진앙지인 부지리에선 시멘트블럭 담벼락이 일부 무너지기도 했다. 경주 시내 한 편의점에서는 진열대 상품이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아웃도어 판매점 쇼윈도 유리창이 박살 나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났다.
오후 8시 8분쯤에는 경주시 건천읍 한 아파트에서 방안의 TV가 떨어져 할머니가 가슴을 다쳤다. 황성동 한 아파트에서는 물탱크가 부서졌고, 성동동 아파트 상가에선 기와가 떨어지기도 했다.
경주시는 이날 공무원을 비상소집해 피해상황 파악 및 긴급복구에 나섰고, 경주여고 등 일부 학교는 13일 휴교키로 했다.
경주=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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