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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연임하자 20억 요구... 금호그룹엔 먼저 로비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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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연임하자 20억 요구... 금호그룹엔 먼저 로비 전화

입력
2016.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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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前행장과 친분 앞세워

유동성 위기였던 금호그룹에

“산업은행에 로비” 30억 요구

실패에도 착수금은 안 돌려줘

‘막강 인맥’을 내세운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박수환(58) 대표에 기업들은 수십억의 로비 대가를 바쳤다. 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억원에 사장 자리를 산 셈이고, 금호그룹은 산업은행에 대한 로비에 실패했음에도 착수금 11억원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2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을 상대로 자신의 연임 가능성을 타진하다 매각이 무산되자, 인사권을 가진 산업은행의 수장 민유성(62)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 위해 박씨를 찾았다. 평소 박씨가 민 전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거액을 약속받은 박씨는 “민 전 회장에게 남 전 사장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들에 대해 적극 방어했다” “꼭 남 전 사장이 연임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했다”는 등의 로비 상황을 수차례 남 전 사장에게 알렸다.

결국 2009년 2월 산업은행이 남 전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해 연임에 성공하자 박씨는 남 전 사장에게 20억원을 요구했다. 남 전 사장은 착수금 5억원에 재임기간 36개월 동안 매달 4,000만원씩 총 21억3,400만원(부가세 포함) 규모의 홍보 계약을 맺도록 지시했다. 정작 박씨가 한 홍보활동이라곤 다른 기업 홍보자료에 대우조선 이름만 넣어 제공하는 수준이었고, 대우조선 임원들은 이 자료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박씨는 또, 2009년 4월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부실기업 낙인과 마찬가지인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산업은행과 체결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금호그룹 경영진에 먼저 전화해 민 전 회장과의 친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30억원을 요구했다. 금호그룹 측은 명목상 30억원대 홍보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착수금 11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미 약정 체결을 결정하고 금융당국에 보고까지 마친 상태여서 민 전 회장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금호그룹은 박씨가 실제로 민 전 회장과 친분이 있어 11억원을 되돌려 달라고 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들이 성과가 없어도 박씨가 인맥을 활용해 해코지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박씨와 계약을 중단하기 어려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박씨가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1997년 뉴스컴을 설립한 박씨는 위기관리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금융ㆍ산업분야 대형 송사 등 컨설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ㆍ관계 고위 인사와 언론사 기자 등의 인맥이 그 토대가 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사법 위반 단서를 포착, KB금융지주, SC제일은행, 동륭실업 등 5곳을 압수수색해 추가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박씨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민 전 회장도 조만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씨와 유착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 경영 부실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이 다음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와 관련된 수사가 본류”라며 “대우조선의 자금이 투입된 곳은 모두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박씨를 기소하면서 법원에 박씨의 예금과 부동산 등 21억원 규모의 재산을 동결해달라는 추징보전도 청구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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