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 변호사가 보석을 허가해줄 재판부 배당을 위해 인사권자와 법원사무직원을 움직여야 된다고 (독촉)해서 생각할 틈도 없이 거액을 줬죠.”
정운호(51ㆍ수감 중)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상습도박 2심 석방 조건으로 5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 재판에서 전관인 최 변호사가 연고관계 등을 앞세운 영향력을 과시해 거액을 챙겼다고 재차 주장했다.
정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의 심리로 열린 최 변호사 사건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23일 ‘인사권자 등에게 작업을 해야 하니 빨리 (자신을) 선임해야 한다’고 해서 구두계약을 하고 다음날 20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 인사권자가 누구인지 물었는데 최 변호사는 ‘그걸 알려주면 내가 변호사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최 변호사가 자신이 잘 아는 인사권자가 항소심 두 번째 재판장을 만나 식사도 했다고 말했다고 정씨는 덧붙였다.
정씨는 2심 재판부 첫 배당이 최 변호사의 호언장담대로 진행됐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그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에 가는 게 (성공보수) 조건부였는데, (실제로) 배당돼 최 변호사가 노력해서 그렇게 된 걸로 알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배당 당일인) 지난해 12월 29일 지인에게 들었는데 실제로 그 분(L부장판사)에게 배당이 됐다고 해서 놀랐다”며 “최 변호사는 ‘잘됐다’고 했고, 저도 ‘원하는 사람이 됐구나’하고 상당히 좋아했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L 부장판사가 배당 당일 브로커 이민희씨에게 저녁 접대를 받으며 사건이 재배당되자 정씨는 “큰일났다”며 낙담했다고 했다. 그러자 최 변호사는 “새 재판부에 가까운 판사가 있어 오히려 잘 됐다”면서 석방을 자신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올 2월 2심에서 보석은 기각됐고, 정씨는 4월에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최 변호사 측은 연고관계 등을 총동원해 보석을 장담했다는 정씨의 주장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정씨가 선처를 받도록 노력했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최 변호사의 변호인은 “2억원 기부를 하게 하고 가족의 탄원서나 가훈 등을 제시하며 선처를 받도록 변호인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브로커 등이 구명 로비를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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