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맞서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감싸고 도는 중국의 입장 때문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뿐 아니라, 한미일의 독자 제재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중국이 최대 우방인 북한의 체제붕괴까지 염두에 둔 추가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보고 있다. NYT는 11일 스인홍(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말을 빌어 “중국은 북한의 체제붕괴로 인한 혼란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대북 압박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에 기댈 게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북한과 김정은 정권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미국 언론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ㆍ사드)을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제재에 심각한 걸림돌로 꼽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인 올해3월 유엔의 강력한 제재나 7월 미국의 독자적인 인권 제제 당시 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드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CNN은 자오퉁(趙通) 칭화 카네기 글로벌정책센터 연구원의 말을 빌어 “미국과 중국이 사드로 직접 대립하고 상황에서 북한은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면서 “사드로 인한 변화한 한반도 상황 때문에라도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 요구에 보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독자적인 추가제재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북한의 4차례 핵실험 과정에서 이를 응징하기 위해 대북 교역ㆍ거래를 중단한 상태여서, 추가로 내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ㆍ미ㆍ일의 대북 접촉수위가 크게 낮아져 직접적으로 북한을 제재할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은 적극적으로 북한을 응징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새로운 제재의 수단이 많지 않고 파괴력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추가로 독자 제재를 한다면 미국 기업과 개인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블랙리스트’에 추가로 북한 고위층과 기관을 추가하거나,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꼽힌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를만한 북한 관료들은 미국과 거래 자체가 없는데다가, 북한이 중국과 제3국에 유령회사나 기존 회사의 이름을 바꾸는 방법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숫자도 미미하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고통을 느끼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일본과 한국도 비슷한 처지다. WSJ은 특히 한국이 지난 1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북한과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대북 교역규모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며, 남북한 교역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전면 중단됐다.
WSJ은 이에 따라 세 나라는 제3국에 대한 설득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를 트고 있는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국가를 설득, 북한에 외화를 공급하는 거래 중단을 시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엔 안보리 주변에서는 5차 핵실험 이후 나올 새로운 대북 제재에 북한의 해외 근로자 송출과 함께 아프리카ㆍ동남아 국가의 대북 군사교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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