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출자 불구 홍기택 낙마사태
유재훈씨 회계감사국장에 선임
현오석 전 부총리는 비상근 자문단에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4조원 이상의 출자금(지분 순위 5위)을 부담한 한국이 원래 배정됐던 부총재 직을 잃고, 그보다 급이 낮은 국장 자리를 얻게 됐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AIIB 지도부에 조언을 제공하는 비상임 자문단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12일 기재부에 따르면 7월말 국장급 직위 공모 접수를 마감한 AIIB는 최근 회계감사국장(controller)에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선임했다. 회계감사국장은 AIIB의 ▦재정집행계획 수립 ▦회계 및 재무보고서 작성 ▦내부통제 등을 담당하는 자리다. 2013년부터 예결원 수장 자리를 지켜 온 유 사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 관료로, 기재부 국고국장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앞서 AIIB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AIIB 위험관리 담당 부총재)이 서별관회의의 대우조선해양 대출 개입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며 휴직하자, 홍 전 회장이 맡던 보직(위험관리 최고책임자)을 국장급으로 강등시키고 재무국장 직을 재무 담당 부총재로 승격시키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홍 전 회장의 낙마로 공석이 된 부총재 자리는 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전 부총재가 낙점됐다. AIIB는 15일께 드 롱구에마 부총재 신임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며, 홍 전 회장의 경우 부총재직 사임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AIIB에 37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출자금을 내는 등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집결해 부총재직 확보에 공을 들였으나,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국장급 한 명을 배출하는데 그치게 됐다. 홍 전 회장의 개인적 일탈이 이 같은 국제기구 인사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애초에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정권과 가까운 인사인 홍 전 회장을 무리하게 국제기구 부총재로 밀어 넣으려 했던 것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대신 자문단 1명과 자문관 1명을 추가로 배출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지만, 명예직 이상의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 전 부총리는 회원국 또는 비회원국 출신의 국제금융 분야 명망 있는 인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 조직인 국제자문단(비상근)으로 선임됐다. 자문단은 AIIB의 전략이나 주요 이슈에 대해 총재 등에게 조언을 제공하는데 임기는 2년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현 전 부총리는 행시 14회 출신 관료로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및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다. AIIB의 인프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자본과의 공동투자 업무를 담당할 민간투자 자문관에는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부사장이 선임됐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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