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추도행사 도중 이상 증세
“폐렴 탓” 캘리포니아 유세 취소
건강이상설 대선 최대 이슈로
트럼프 캠프서 적극 활용할 듯
9월 들어 여론조사 초박빙
잇따른 악재에 민주당 비상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폐렴으로 ‘9ㆍ11 테러’추도행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캘리포니아 유세 일정을 취소하면서 그의 건강문제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후보의 건강 문제는 원래 민감한 이슈지만, 이미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서 이 문제를 적극 활용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선거캠프는 12, 13일(현지시간) 이틀간 예정됐던 캘리포니아 유세 일정을 취소한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앞서 클린턴 후보는 이날 오전 9ㆍ11 추모식 행사장에서 수행원의 부축을 받고 전용 차량에 올라탈 만큼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부축을 받으며 도로 옆 기둥에 몸을 의지하던 클린턴은 도착한 차량 쪽으로 몸을 옮기려 했으나 왼쪽 무릎이 풀리면서 중심을 잃고 두 차례 휘청거렸다. 이 모습은 한 시민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됐고, 곧바로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 전역에 퍼졌다.
CNN은 이와 관련, 클린턴이 지난 9일 폐렴 증세를 보여 항생제를 투여받았으며, 주치의로부터 유세 일정 조정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뉴욕 행사장 인근의 딸 첼시의 아파트에서 휴식을 취한 후 뉴욕 외곽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클린턴은 첼시 집에서 나와 자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클린턴 진영은 그동안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제기해온 건강 이상설 공세에 대해 ‘괴상한 전략’이라고 일축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최근 6일간 두 차례나 건강 이상 증세를 나타냈다”며 일부에서 제기해온 의혹을 ‘음모론’으로 일축해온 클린턴 캠프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취재진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모인 9ㆍ11 추모식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만큼 클린턴의 건강은 더는 숨길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는 여론의 향방을 의식한 듯 당장 이 문제를 쟁점으로 삼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추도 행사를 마친 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그동안 클린턴의 사소한 언행도 물고 늘어지던 모습을 보이던 트위터 계정마저 12일 아침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강문제가 이슈로 부상할 경우 69세인 클린턴보다 한 살 더 많은 트럼프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위장병 전문의가 ‘역대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4문단 길이의 짧은 기록만 공개했을 뿐 자세한 의료 정보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9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트럼프에 대해 박빙 우위 구도를 깨지 못하면서 민주당 진영의 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LA타임스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과 추적조사 방식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45%, 트럼프 44%로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경합 주를 대상으로 한 NBC조사에서도 트럼프가 애리조나(42%대 41%)와 조지아(46%대 43%) 주에서 각기 1%포인트와 3%포인트씩 앞섰고 클린턴은 네바다(45%대 44%)와 뉴햄프셔(42%대 41%) 주에서 각기 1%포인트씩 리드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도 11일 현재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79%로 평가했는데, 이는 최고치였던 지난달 25일(89%)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클린턴 우위 구도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메일 스캔들ㆍ클린턴 재단 후원금 등 잇단 의혹으로 기세가 꺾이는 형국이다.
다만 워싱턴포스와 ABC의 대선투표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5% 지지율을 기록해 35%에 그친 트럼프를 1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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