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내 중학교 2학년 시절 과학 선생님의 나이를 오해했다. 당시 여선생님들은 스물여섯, 스물일곱이면 결혼을 했다. 스물아홉 국사 선생님이 노처녀 취급을 받았으니 나는 과학 선생님이 그때 사십대 초반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들은 결혼을 안 한 과학 선생님에게 어떤 슬픈 사연이 있는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다. 죽은 약혼자를 잊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도 했고 아이를 낳지 못해 몹시도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진 거라고도 했다. 몇 년 전 마흔 살이 되고서야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그제야 선생님이 그때 고작 서른두 살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맙소사.
“너는 왜 결혼을 안했어?” “무서워서요. 선생님은요?” “난 게을러서. 연애는 안 하니?” “가끔요. 선생님은요?” “나도 가끔.” 둘 다 혼자 사는 여자라서 우리는 우아하게 죽는 법, 사는 동안 더 에너제틱하게 사는 법, 그리고 아주 멋진 여행지와 아주 멋진 소설들을 얘기했다. 옛날 선생님들의 뒷담화도 풀었다. 아이들이 싫어했던 선생님은 선생님들끼리도 싫어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에 나는 막 자지러졌다. “또 만나요, 선생님.” “응, 나는 너 또 볼 거야. 너 더 늙은 걸 봐야지. 나만 늙은 거 보여주면 억울하니까.”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투명인간 취급한단다. 그래서 예전 순진했던 우리들 때가 그립다 했다.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아기도 조금 자랐으니 이젠 유모차를 끌고 교무실로 한 번 찾아가볼까. 나도 학교 4층 건물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녔던 그때가 참 그립다. 그 시절 젊었던 선생님들도 마저 그립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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