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만화 ‘궁’ 코스프레 계기
단돈 4만5000원 들고 1인 창업
본격 한복 브랜드 출시 6년 만에
직원만 8명의 번듯한 사장으로
하이트진로 ‘이슬톡톡’과 협업도
“한복을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순 없을까?”
201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선보인 황이슬(29) 대표의 머릿속엔 늘 한복 생각뿐이다. 특별한 날 입고 사진을 찍는 한복이 아닌, 청바지처럼 누구나 즐겨 입는 ‘한복 세상’을 꿈꾼다.
황 대표는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니까 한복을 입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누가 봐도 멋지고 예뻐서 국적 불문하고 일상 속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복을 하나의 패션으로 만들기 위해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황 대표는 ‘한복 차림의 1,000가지 행동 도전’을 실천 중이다. 한복 입고 홍대 클럽 가기, 장보기, 포장마차 가기 등을 실천한 뒤 사진을 찍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일상 속에서 한복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에 걸맞는 한복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년 전만해도 산림공무원이 되는 목표를 가진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황 대표의 인생은 만화동아리 활동을 통해 바뀌었다. 전북대 산림자원학과 재학 당시 인기만화인 ‘궁’ 속 퓨전한복 의상을 제작해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ㆍ만화 속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하는 것)를 했던 게 계기였다. 이때 입었던 한복을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내놨더니 8만원에 팔렸고, 이후 한복 제작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비슷한 한복을 더 만들어 팔았어요. 그러다 2006년 8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죠.” 한복 제작이나 인터넷 모두 초짜였던 그는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 한 개, 통신판매업신고 등록비 4만5,000원으로 ‘손짱디자인한복’을 창업했다. 침구ㆍ커튼전문점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기획과 구상, 홈페이지 운영, 배송, 상담, 홍보까지 황 대표 혼자 도맡아 해야 했던 1인 기업이었다. 처음 1년 간 팔린 한복은 한달 평균 1~2벌. 그러나 한복 대여를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2010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그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을 출시했고, 지금은 직원 8명을 거느린 번듯한 한복집 사장이 됐다. 한복 알리기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발벗고 나서는 그는 하이트진로와 손을 잡았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3월 내놓은 복숭아맛 탄산주 ‘이슬톡톡’의 제품 포장에 인쇄된 캐릭터 ‘복순이’의 저고리를 만들어 한정 판매하는 등 협업을 진행 중이다.
리슬이 성장할수록 그의 목표도 커지고 있다. “‘세계가 한복을 입게 하라’는 큰 꿈을 갖고 리슬을 글로벌 K-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킬 겁니다.” 2011년 문을 연 영문 쇼핑몰을 통해 매일 3~4벌씩 해외 주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외 쇼핑몰이나 백화점 입점도 모색 중이다.
황 대표는 한복 전도사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이번 추석엔 평소 입기 부담스러웠던 한복을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활동성을 갖춘 생활한복으로 ‘한주얼(한복+캐주얼의 합성어)’을 완성해보세요.”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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