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인 빈부(소득)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악 수준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연구위원의 ‘고령층 고용구조 변화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불평등지수(지니계수)는 0.422에 달했다. 이는 최악의 전반적 빈부격차로 유명한 칠레 노인의 0.4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직장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영위하던 은퇴 이전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던 삶의 수준이 노인이 돼 정상소득이 없는 상태가 되면 심각하게 벌어진다는 얘기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우면 소득분배가 균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균등하다는 뜻이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0.4를 훨씬 넘긴 노인 지니계수에 비해, 국내 근로연령계층(18~65세)의 지니계수는 0.28에 불과했다. 미국(0.392) 영국(0.353) 독일(0.299) 프랑스(0.294)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도 오히려 낮았다. 근로연령계층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의 격차가 그나마 적어 잠정적으로는 축적 재산 등의 차이를 상쇄시킨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퇴연령인 65세에 이르면 그 동안에 안 보였던 격차가 절벽처럼 나타나게 된다. 충분한 재산을 모아뒀거나 공무원ㆍ교사ㆍ군인 등 괜찮은 연금을 보장받는 노인은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재산도 없고 연금도 부족한 대부분의 노인은 빈곤에 빠지거나 또 다시 일하러 나설 수밖에 없지만, 그 일자리조차 경비, 청소, 가사서비스 등 임시ㆍ일용직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고령층 근로자 중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이 근로자 평균인 11.6%의 3배가 넘는 37.1%에 이르는 것도 고령층 소득 격차를 설명하는 현실이다.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 빈곤 문제도 그 동안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꾸준히 논의돼 왔다. 정년 연장이나 기초연금 역시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모색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여전히 1인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정년 연장은 시스템으로 정착하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청년실업 문제가 당장 심각하지만, 노인 빈부 격차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고령층 소득 불평등 완화를 겨냥한 적극적 세제와 복지정책 차원의 빈곤 노인에 대한 소득보전, 일하는 노인들에 맞춘 양질의 고령층 일자리 창출 등 보다 효율적 노인 빈부 격차 완화책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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