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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가입자 99% 첫 4개월 집중… 제2 재형저축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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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가입자 99% 첫 4개월 집중… 제2 재형저축 되나?

입력
2016.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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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출시 첫 달에 가입

7ㆍ8월 가입자 고작 3만명

낮은 수익률에 공시 오류 논란도

금융사들 마케팅 줄이며 외면

‘국민 재테크 통장’ 이름값 못 해

직장인 황모(32)씨는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려고 은행에 들렀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처음엔 만기가 돌아온 은행 예금 300만원을 일임형 ISA 상품에 투자해볼까 생각했지만 수익률이 연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것을 확인하고 굳이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수익률은 낮은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낼 생각을 하니 굳이 3~5년씩 ISA에 묶어두는 것보다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ISA가 출시 반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출시 당시만 해도 ‘만능통장’ ‘국민 재테크 통장’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금융권 안팎에서 상당한 기대를 끌어 모았지만 최근엔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반짝 인기몰이를 하다 사라진 과거 재형저축의 판박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11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출시된 ISA는 출시 6개월을 사흘 앞둔 이날 현재 가입자 약 240만명, 누적 가입금액 2조6,000억원 가량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면 ISA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입자의 절반은 출시 첫 달, 그리고 99%는 초기 4개월에 집중됐다. 매월 급격히 줄어들며 7월 가입자는 1만7,429명에 불과했고, 지난 달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만2,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산된다. 7, 8월 두 달간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1% 수준인 3만명 내외라는 얘기다. “금융사들의 실적 경쟁으로 출시 초반에 가입자가 몰렸지만 최근엔 금융사들의 마케팅이 시들해지면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게 한 금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ISA의 인기가 식어버린 건 ‘국민 재테크 통장’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수익률 성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사들이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 상품의 경우 전체 상품 150개 중 99개(66%), 그러니까 3개 중 2개의 3개월 수익률(7월11일 기준)이 1%에 못 미쳤다. 이중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25개에 달했다. 전체 상품 6개 중 1개 꼴이다. 특히 최근 일임형 상품 수익률이 무더기로 잘못 공시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상품 신뢰도는 뚝 떨어진 상태다.

순이익이 발생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 200만~250만원의 순이익에 대해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건 당연하다. 일반형 ISA의 경우 가입 5년 동안 비과세 상한인 200만원의 순익이 발생한다 해도, 세금 혜택은 3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200만원을 초과할 때는 분리과세(9.9%) 혜택까지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가입금액 한도(연간 최대 2,000만원)를 채울 수 없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3~5년의 의무 가입기간 역시 대다수 서민들에겐 부담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세금 몇 푼 절약하겠다고 장기간 돈을 묶어둘 수 있는 서민들은 많지 않다”며 “일부 계층이나 연령대에 대해선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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