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합병 이후 첫 선거
75개 정당 참여 하원 450명 선출
5년前 대규모 반정부 시위 영향
직선제 부활 등 민주적 요소 강화
“보이지 않는 내부적 통제 여전
여당 독주로 끝날 것” 관측 많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총선(18일)은 러시아의 미래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평가된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의 행보를 묻는 첫 선거인데다 2003년 이후 첫 직선제 부활과 선거위원장 교체 등 민주적 투명성이 강화되며 폐쇄된 러시아 정치체제의 쇄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서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내부통제 속에 집권여당인 ‘통합 러시아’(United Russia)의 압승으로 끝난다면 푸틴의 1인 독재체재를 강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18일 열리는 러시아 제7대 하원의원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선거전은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총 45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지역구별 의원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지역구 직선제와 정당 득표율로 일정 수의 의석을 배분 받는 비례대표 정당명부제로 각각 절반씩 뽑는다. 2003년 총선을 끝으로 폐지됐던 지역구 직선제가 부활되고 2012년 정당 등록 자유화법 통과 이후 정당수가 7개에서 75개로 10배 가까이 늘면서 총선을 앞두고 한 표라도 얻기 위한 각 정당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통합 러시아당은 지난달 야권 텃밭인 러시아 동부의 야로슬라브주에서 에어쇼를 개최하고 인류 최초의 러시아 여성 우주인인 발렌티나 테레쉬코바를 연사로 초청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야로슬라브의 한 야당 후보는 “야로슬라브 지역은 반(反) 푸틴 진영을 이끌다 지난해 피살된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라며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우주산업 유치와 연방정부 지원을 약속하자 여당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적 요소를 대폭 강화한 데는 2011년 총선 때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당시 부정선거 논란으로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라는 약 10만명의 시민이 모스크바에서 당시 총리였던 푸틴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은 2018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푸틴은 지역구 직선제 부활은 물론 중앙 선거관리위원장에 정부 인권자문위원회 위원인 엘라 폴랴코바를 새로 임명하고, 유권자들이 총선 전 참고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 결과도 꾸준히 발표하는 등 민주적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푸틴의 정치적 내부통제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푸틴은 2013년 여당 열세지역인 야로슬라브주의 예브게니 울라쇼프 시장을 부패혐의로 체포한 뒤 후임에 자신과 같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자 여당 소속인 드미트리 미로노프를 임명했다. 푸틴은 올해 6월에는 선거 유세 기간을 단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는데, 군소정당 출신들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콜라이 페트로프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정당명부제에 따라 의석을 배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정당득표율이 5% 이상이어야 한다”며 “기존 주류정당 네 곳(통합러시아, 연방공산당, 정의러시아, 자유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어느 군소정당도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결국 통합러시아당이 압승하면서 푸틴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통합러시아당은 총선 지역구 225개 중 207곳에 후보를 내놓았는데 이중 3분의 2 이상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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