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55)가 자신이 연출한 장편영화 ‘녹터널 애니멀’(야행성 동물)로 10일 오후 (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수상했다. 패션디자이너로 부와 명성을 쌓은 인물이 영화감독으로도 대성하는 매우 드문 사례를 남기게 됐다.
포드는 1994년 유명 패션업체 구찌의 창작이사가 되며 패션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99년 입생로랑의 창작이사를 겸하며 업계 입지를 다졌고, 200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브랜드 톰 포드를 만들며 업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는 2009년 ‘싱글맨’으로 감독 데뷔식을 치렀다. ‘싱글맨’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주연배우 콜린 퍼스에게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안겼다. 패션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탐미적인 영상이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장편영화 ‘녹터널 애니멀’까지 베니스영화제 주요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포드의 영화계 입지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
‘녹터널 애니멀’은 미국 작가 오스틴 라이트의 소설 ‘토니와 수잔’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맨틱스릴러다. 전 남편으로부터 ‘야행성 동물’이라는 소설 초고를 받은 여인 수잔의 추억을 쫓는다. 할리우드 스타 에이미 애덤스와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관객의 주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장면들로 구성된 영화라며 포드를 ‘작가’(예술적 독창성이 두드러진 감독에게 붙이는 수식)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포드는 패션디자이너로서 스타일에만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을 경계했다. 그는 ‘녹터널 애니멀’이 지난 2일 베니스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일은 항상 내용을 받쳐줘야 한다”며 “믿거나 말거나 나는 단지 스타일만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화를 만들며 내용하고는 무관한 스타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스의 흑백영화 ‘떠나간 여인’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여자배우상은 할리우드 청춘 스타 엠마 스톤(‘라 라 랜드’), 최우수남자배우상은 아르헨티나 배우 오스카 마르티네스(‘훌륭한 시민)가 각각 차지했다. 감독상은 영화 ‘언테임드’를 연출한 멕시코의 아마트 에스칼란테와 ‘파라다이스’를 만든 러시아의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가 공동 수상했다. 내털리 포트먼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재키 여사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영화 ‘재키’는 각본상의 주인공이 됐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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