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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핵실험 보다 폭발력 2배...핵미사일 실전배치 임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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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핵실험 보다 폭발력 2배...핵미사일 실전배치 임박한 듯

입력
2016.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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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자탄 파괴력에 근접

北 “탄두 소형화ㆍ표준화 성공” 주장

수소탄 전 증폭핵분열탄 완성 단계에 오른 듯

국정원 “개발속도에 매우 우려…6차 핵실험 언제든 가능”

핵실험 3년 주기설 깨져... 파키스탄 속도전 방식 따를 듯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열린 국회 정보위 긴급전체회의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열린 국회 정보위 긴급전체회의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북한이 9일 감행한 5차 핵실험의 키워드는 ‘폭발력’과 ‘표준화’다. 핵 폭발력은 4차 핵실험 때의 2배로, 2차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리틀보이’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성능이 검증된 핵무기를 사실상 완성, 실전 배치를 앞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핵 위협이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북한도 이날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고 밝혀, 핵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의 핵실험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번 핵실험이 진도 5.04, 폭발력은 10kt(킬로톤ㆍ1kt은 TNT 1,000톤의 폭발력)이라고 밝혔다. 4차 핵실험(진도 4.8)의 폭발력 6kt과 비교해 8개월 만에 위력이 2배 가까이 향상됐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 핵탄두의 폭발력이 정보당국과 국방부가 예상한 개발속도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진도 4.9, 폭발력은 6~7kt이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는 진도가 0.1 줄어 폭발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의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거나, 무언가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4차 핵실험 직후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선전에 주력했지만, 정부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이번 5차 핵실험을 통해 탄두의 폭발력에 대한 시비를 해소한 셈이다. 특히 북한은 이날 단순히 “핵탄두 폭발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 애써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4차 핵실험 때와 대조적이었다. 수소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이 4차 핵실험 때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안정적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증폭핵분열탄은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부터 거론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 방식으로, 재래식 핵폭탄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5분의 1 수준인 반면 폭발력은 2~5배에 달한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핵실험 실패 이후 최소 6개월~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쨌든 이렇게 빨리 5차 핵실험에 나선 건 그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폭발력 10kt은 핵 보유국 인정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재래식 핵탄두의 수준을 넘어 수소폭탄에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으로 소형화는 물론 폭발력 면에서도 이른바 ‘형님클럽’에 가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핵탄두의 폭발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유럽지진센터가 측정한 진도는 5.3으로, 이를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30kt에 달한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실험의 주변여건을 완벽히 통제할 경우 실제 폭발력보다 진도가 낮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폭발력은 최대 30kt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여러 분열물질에 대한 생산과 이용기술을 틀어쥐고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형화된 핵탄두의 위력을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핵 물질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표준화나 규격화를 통해 핵무기 제조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핵 위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핵탄두를 언제 미사일에 탑재할지에 대해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이 당장 1,2년 안에 핵탄두를 무기화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보고한 반면,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개발 속도에 비춰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무기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핵실험 3년 주기설 깨져… 속도전 불 붙나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언제든지 또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6차, 7차 핵실험을 다시 하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0년간 핵실험을 해온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는 아직 사용되지 않은 갱도 2, 3개가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북한이 핵 능력을 단숨에 향상시킨 파키스탄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은 1998년 들어 잇따라 6, 7회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평가 받고 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2013년까지 대략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불과 8개월 만에 2차례 핵실험에 나서며 속도를 급속히 올렸다. 이런 추세라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표준화를 검증하기 위해 조만간 6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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