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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무기 완성단계 진입 알린 북한 5차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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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무기 완성단계 진입 알린 북한 5차 핵실험

입력
2016.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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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상대로 무모한 도박

초강력 제재가 불가피해졌다

엄중한 위기 인식이 선행돼야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일 오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4차 핵실험이 이뤄진 지난 1월 이후 불과 8개월만이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북한은 핵 능력의 고도화를 늦출 의사가 없음을 만천하에 분명히 했다. 올 들어서만 노동, 무수단 등 탄도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잇따라 하며 핵 운반수단과 능력 향상을 꾀해왔다는 점에서 핵무기 실전 배치가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무조건적 핵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 속에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은 5차 핵실험 네 시간 뒤 ‘조선핵무기연구소’명의의 성명에서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전략 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언제든 탄도미사일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정도로 규격화된 핵 폭탄의 폭발 실험을 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지진계로 측정한 이번 핵실험의 추정 폭발력은 10Kt에 이르러 북한 핵실험 사상 최고 규모였다. 4차 실험 때의 2배 이상의 폭발력에 미루어 북한 핵무기는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된다.

나아가 이 성명은 “국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핵 고도화는 물론 핵무기 생산 능력을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제 김정은이 핵무기임을 주장하며 노동미사일 옆에서 웃는 사진을 세계에 내보내더라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닌 상황이다.

북한의 이번 핵 도발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따른 6자 당사국의 갈등과 균열, 대선 국면에 접어든 미국의 정치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체제강화를 위한 ‘상징 조작’ 측면의 성격도 띠었을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정상회의가 북한에 대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기와 국제적 법규 준수를 촉구하는 핵 비확산 특별성명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나 제재에 조금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인시킨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5차 핵실험 이후 벌어질 사태와 관련해 어떤 전략과 속셈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무모하고 위험한 핵 도박에 맞선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 3월 채택된 유엔안보리 제재안 2270호는 전방위적 제재에 더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추가적이고 중대한 조치를 담보하는 트리거(유엔 안보리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 있다. 안보리 사상 최강의 제재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2270호 규정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북한 정권에 내밀 국제사회의 제재카드는 북한사회를 실질적으로 흔들만한 내용이다. 2270호에서 빠진 이른바 ‘민생(Livelihood) 제재’다. 석유 등 에너지와 내수용 수출입물품을 가로막는 초강력 제재로 사실상 국경 봉쇄나 다름없다. 이번 핵실험과 관련한 한ㆍ미ㆍ일 당국의 강력한 규탄과 중국의 불편한 심기에 비추어 국제사회가 초강력 제재를 채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역시 ‘세컨드리 보이콧’을 통해 금융 등 대북제재로 북한을 더욱 압박할 게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북한 주민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한 생활에 처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런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5차 핵실험에 나선 만큼 또 다른 추가 핵ㆍ미사일 도발 또는 국지도발로 맞설 공산도 작지 않다.

이런 전후 사정과 주민 삶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정권에 자제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핵 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핵 군축회담, 평화회담만을 요구하는 북한과의 대화 역시 지금으로선 무의미하다. 당장은 국제적 공조로 북한을 더욱 죄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리 내부의 자세다. 안보 분야에서의 초당적 협력과 일치된 의지는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다행히 여야 3당이 이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향후에도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 협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미래의 불확실한 사태 전개에 대응해 사분오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한 정부 역할과 책임도 더욱 막중해졌다. 주변 강대국에 끌려 다니기 보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ㆍ압력은 물론 북한의 추가 도발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조속히 봉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북한의 국지 도발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대북정보수집도 한결 적극화해야 한다. 이번 핵실험의 경우에도 우리 군당국은 가능성은 예측했지만, 정작 사전 징후 탐지에는 실패한 듯하다. 국민도 물론이지만 우선은 군부터 눈곱만큼의 대북 경계심의 이완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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