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떻게 살 것인가, 패션이 결정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패션이 결정한다

입력
2016.09.09 19:32
0 0
저자는 스니커즈가 여성 근로자들의 페미니즘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스니커즈가 여성 근로자들의 페미니즘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옷장 속 인문학

김홍기 지음

중앙북스 발행ㆍ268쪽ㆍ1만4,000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19세기 영국 정치가 겸 소설가 에드워드 조지 불워 리턴은 아마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듯하다. 그는 “인간은 매번 같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며 옷을 입을 때의 기본 원칙과도 같은 ‘TPO’(TimeㆍPlaceㆍOccasion)를 강조했다. “패션 외교만큼 섬세한 외교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 큐레이터 1호 김홍기씨가 낸 ‘옷장 속 인문학’은 ‘알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평범한 주장에서 한발 더 나간다. ‘어떻게 입을 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옷은 직업과 사회적 관계, 심지어 애정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감, 정체성, 세상과 대면할 용기, 시대를 읽는 눈, 미적 감각 등 취향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간다.

패션이라는 개념은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생겼다. 신념과 복종을 미덕으로 여겼던 ‘신’ 중심의 중세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근대사회로 이행해감에 따라 비로소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성이라는 개념이 나왔고, 패션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아주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등장했다.

패션은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도 기여했다. 1980년대 사무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스니커즈가 유행하며 처음으로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스니커즈가 출시됐다. 물론 착화감이 좋은 탓도 있었겠지만 일부 여성들은 하이힐이 아닌 스니커즈를 신음으로써 ‘하이힐을 신고는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어렵다’, 즉 성공한 여성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무엇을 입는지’와 별개로 둔다면 ‘입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우리 모두가 매일 무언가를 입는다. 너무도 친숙해 우리는 옷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저자는 패션의 사회적 의미와 역사에 끼친 영향을 얘기하며 옷을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입는다’는 것은 곧 “나와 마주하며 내 모습을 정확하게 알아가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행위”이며 동시에 “사회라는 시험대에 자신을 반복적으로 내놓는 훈련”이라는 그의 말은 이 한 문장으로 축약된다. “입는다, 고로 존재한다.” 현실밀착형 교양서인 책이 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