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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손발 묶고 성관계한 아내, 강간 혐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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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손발 묶고 성관계한 아내, 강간 혐의 무죄

입력
2016.09.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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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법원종합청사

남편을 묶어 놓고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내에게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이 2013년 5월 부부 사이 강간죄를 인정한 판결을 한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아내의 강간 의도나 성관계 과정의 폭행 등은 없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재석)는 9일 강간과 감금치상, 강요 혐의로 기소된 여성 심모(41)씨에게 “성관계 당시 피해자(남편)의 몸이 결박돼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남편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력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비록 묶여 있었지만 제한적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 등을 여러 번 오간 남편이 성관계 당시 완전히 탈진 상태가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애초에 아내가 남편을 감금하기로 계획한 것은 외도한 남편에게 사과를 받고 설득해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그렇게 안 될 때는 외도사실의 증거(남편의 자백 등)를 수집해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였다”며 “강간할 의도로 감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밤중에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아내가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정황이 없으며, 성관계 뒤 둘의 관계가 호전됐다는 점도 강간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다만, 심씨가 남편의 손발 등을 청테이프로 묶어 29시간 동안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감금치상)와 이혼 소송에 유리한 발언을 녹음한 혐의(강요)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심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심씨가 남편을 감금하도록 도운 혐의(감금치상)로 기소된 남성 김모(43)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피해자를 감금하고 상해를 입혔으며 피해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점으로 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둘 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결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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