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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보도, '무도'보다 못한 언론

입력
2016.09.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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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과 구체적인 방법 묘사 등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극적인 제목과 구체적인 방법 묘사 등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2005년 한 배우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관련 기사들이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OOO씨 목매 자살’이라는 거르지 않은 제목이 그대로 신문과 방송, 온라인을 오르내렸고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생전 그가 작성한 노트 내용이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됐습니다. 출연 작품의 제목을 따와 ‘OO처럼 날아가’ 등의 표현으로 마치 그의 선택을 미화하는 듯한 기사도 나왔습니다.

#. 지난 8일 야구해설가 하일성(67)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일성씨 목매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경제적 문제 등 그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온갖 추측성 보도가 넘쳐났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이튿날 구급차 안으로 그의 시신이 옮겨지는 영상이 지상파 메인뉴스 등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11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변한 게 없습니다. 2005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자극적이고 지나친 자살 보도에 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언론 내부에서 제기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위의 두 사례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2013)에서 금지한 보도행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하고 자살이란 단어를 자제하며 원인에 대한 추측은 물론 자살과 관련된 사진 및 동영상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하씨에 대한 보도가 넘쳐나던 8일 오후 각 언론사에 ‘보도 자제 강력 요청’이란 제목으로 권고기준을 첨부한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진지하게 참고한 언론이 몇이나 될 지 의문입니다.

이날 공교롭게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자살 예방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월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을 통해 출연자들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정신과 전문의 등의 현실적인 조언을 방송에 내보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보도 영역과 예능 영역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해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모방 위험(‘베르테르 효과’) 탓에 ‘언론이 자살 사건을 무조건 보도해선 안 된다’는 일부 자살예방 전문가들의 극단적인 주장이 비현실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모든 범죄 보도가 그렇듯 자살 사건도 예방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베르테르 효과’가 심리학 서적 등에만 존재하는 죽은 용어가 아님을 우리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을 통해 지켜봐 왔습니다. 흥미 위주 보도의 부작용에 대해 언론이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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