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 요인에도 올해 2.7% 성장 가능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의 실효하한 금리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를 올릴 경우 우리도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출 여지가 많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재는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석 달째 기준금리(1.25%)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리는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강세로 신흥시장의 자금유출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는 등 시장이 기대했던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는데, 이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한진해운 사태 등 경기위축요인에도 올해 2.7%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영향으로 감소했던 소비와 설비투자가 8월에는 반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건설투자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7월 전망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물류대란ㆍ대량 해고 후폭풍을 불러온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 대해 “운송지연 등으로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체선박 투입과 같은 정부 대책이 원활히 추진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종의 고용 등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법을 어떻게 집행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전기요금 인하라는 분명한 하방요인이 발생했다”며 오는 10월 발표될 수정경제전망에서 물가 달성 목표치(1.1%)를 하향 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0.4%)은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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