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꼭대기에서 경쟁하는 두 명장, 주제 무리뉴(5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과 호셉 과르디올라(45)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이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1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붙는다. 올 시즌 첫 번째 맨체스터 더비인데다 오랜 앙숙인 양 팀 사령탑 무리뉴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라 더욱 관심을 끈다.
둘은 이전에도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설전을 벌이곤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2011년 코파 델 레이(FA컵에 해당하는 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당시 레알 마드리드를 맡고 있던 무리뉴 감독에게 패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심판 판정에 아쉬움을 표하자 무리뉴 감독은 “과르디올라는 올바른 판정에 대해서도 불평하는 감독이다”고 비꼬았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리뉴의 언론플레이를 빗대)기자회견장에서는 무리뉴가 빌어먹을 제왕이다. 나는 경기로 말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패스를 통한 공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제압하는 축구를 선호한다면 무리뉴 감독은 실리를 추구한다. 그는 강한 상대를 만날 때는 수비에 집중하다가 틈을 노려 빠른 역습을 전개해 승리를 낚아채곤 했다.
두 감독이 부임하고 난 뒤 맨시티와 맨유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볼 점유율이 57.1%로 리그 4위였지만 올 시즌 3경기를 치른 현재 67.2%로 1위를 기록 중이다. 맨유도 마찬가지다. 맨유는 지난 시즌 58.5%로 리그 통틀어 점유율이 가장 높았지만 올 시즌은 52.9%로 리그 9위다. 한 마디로 볼 점유율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두 감독이 예전에 맞붙었을 때도 이런 성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경기당 패스 횟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이 압도적이었다. 과르디올라호는 684회의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압박한 반면 무리뉴호는 283회의 패스에 그쳤다. 대결할 때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상대전적에서 7승6무3패로 우세를 보였지만 중요한 순간 무리뉴 감독에게 발목 잡힌 적도 있다. 2009~10시즌 당시 세리에 A 인터밀란을 지휘하던 무리뉴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에서 프리메라리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에게 1무 1패로 밀렸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달랐다. 홈에서 열린 4강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설욕에 성공한 뒤 이어진 원정 2차전에서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한 골만 내주면서 1ㆍ2차전 합계 3-2로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무리뉴 감독은 여세를 몰아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처럼 치열했던 두 감독의 대결은 2013년 UEFA 슈퍼컵(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 유로파리그 우승팀의 대결)이 마지막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이 무리뉴 감독의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제치고 우승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6~17 시즌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 무리뉴 감독이 맨유로 부임하면서 축구 팬들이 기대하던 라이벌전이 다시 성사됐다.
현재 맨시티와 맨유 모두 EPL 3전 전승을 달리고 있는데 골 득실(맨시티 +6, 맨유 +5)에서 1골 앞선 맨시티가 1위, 맨유는 3위다. 두 감독의 특성상 이번 경기는 점유율 축구와 실리축구의 진검 승부 양상을 띤다.
두 감독과 악연으로 얽힌 선수들도 주목할 만하다.
맨유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는 2009년 바르셀로나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뛴 경험이 있다. 이때 과르디올라 감독이 리오넬 메시(29ㆍ바르셀로나) 위주의 전술을 짜면서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불화로 이어졌다. 결국 한 시즌 만에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서전과 수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난해왔다.
반대로 맨시티의 케빈 데 브루잉(25)은 2012년 첼시에 합류한 뒤 2013년 무리뉴 감독과 인연을 맺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2선 공격진 중 오스카(24ㆍ첼시)와 에당 아자르(25ㆍ첼시)를 중용했고 데 브루잉은 만년 벤치 신세였다.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첼시를 떠난 데 브루잉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해 10골 21도움을 기록하며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2015년부터 맨시티에 합류했다. 데 브루잉은 자신을 중용하지 않은 무리뉴 감독의 골문을 자신의 발로 열어 젖히겠다는 각오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ㆍ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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