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로마시장에 당선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오성운동 소속 비르지니아 라지(38) 시장이 측근 비리를 감싸려 거짓말을 했다가 취임 2개월여 만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일 시 고위관료 5명이 줄사퇴하면서 라지 시장의 행정력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인데, 측근을 위한 거짓말까지 새롭게 드러나면서 그의 도덕성은 물론, 그가 속한 오성운동까지 정치적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라지 시장은 지난 5일 시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파올라 무라로 도시폐기물관리공사(AMA) 환경국장이 직권남용및부패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7월부터 알았다”며 “이 사실을 오성운동 지도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무라로 환경국장은 라지 시장이 취임 후 직접 임명한 최측근이다. 하지만 라지 시장은 그 동안 “무라로 국장에 대한 수사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해 왔던 터여서 청문회 직후 “거짓말로 시민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라로 국장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12년 동안 로마시 산하 AMA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무라로 국장은 또 AMA 고문 재임 기간 동안 113만유로(14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급여를 챙겨 논란을 빚고 있다.
라지 시장은 무라로 국장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는데도 “무라로의 거취는 언론이나 정당이 아닌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계속 감싸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6월 지방선거 이후 두드러진 오성운동의 지지율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성운동 지도부는 라지 시장에게 “무라로 등 부적격 인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고, 오성운동 창시자인 베페 그릴로도 “로마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가 더 뭉쳐야 한다”며 압박했다.
반대로 11월 헌법 개정 국민 투표를 앞두고 전개되는 로마시와 오성운동의 혼란에 집권 민주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한꺼번에 많은 거짓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고,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도 “오성운동은 팀워크가 부족하고 정치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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